손석희 "김웅 관련, 증거 확보 위해 조주빈에 금품 제공"

2020-03-25 16:39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성범죄자 조주빈(25)에게 사기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JTBC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박사방 조주빈이 손석희 사장에게 자신이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그리고 ‘손사장과 분쟁 중인 K씨가 손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고 손 사장의 피해사실을 공개했다.

JTBC가 밝힌 손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조씨는 K씨가 손사장의 가족을 해치기 위해 자신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고 협박했다. 조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정교하게 조작된 증거들을 사용했다.

JTBC는 "손사장은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고, 조씨가 금품을 요구해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응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K씨는 손사장과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는 프리랜서 김웅 기자로 추정된다. 김웅 기자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에게 불법 취업 청탁과 금품 요구를 하는 등 공갈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조씨는 이날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 "손석희 사장님, 김웅 기자님, 윤장현(전 광주) 시장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씨가 특정인물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추측만 난무했다. 조씨의 발언 이후 세 명의 이름이 종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도배하기도 했다.

당초 조씨가 이들을 언급한 것은 유명인을 이용한 허세로 분석됐지만, 윤장현 전 시장 측이 실제 한 남성에게 사기피해를 입었다고 밝히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측근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시장이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모 인사가 방송에서 억울함을 소명할 기회를 주겠다며 접근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인물에게 거액을 송금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 측근은 "사기범이 윤 전 시장의 억울함을 풀어줄 기회를 준다고 계속 설득하고 방송국까지 가서 곧 출연시켜 주겠다고 하니 속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전 시장에게 접근한 인사가 조씨와 연관된 인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조주빈은 텔레그램에서 일명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여성들을 꾀어내 가학적인 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74명으로, 이중 미성년자가 16명에 달한다.

아래는 손석희 사장 피해 관련 JTBC 입장 전문이다.

박사방 조주빈 발언에 대한 JTBC 손석희 사장의 입장을 밝힙니다.

박사방 조주빈은 당초 손석희 사장에게 자신이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손사장과 분쟁 중인 K씨가 손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K씨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된 텔레그램 문자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조주빈이 제시한 텔레그램에는 ‘K씨가 손석희 사장이나 가족을 해치기 위해 자신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서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손석희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이미 손석희 사장의 가족들은 ‘태블릿 PC’ 보도 이후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받은 바 있어 늘 민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와 별개로 손석희 사장은 아무리 K씨와 분쟁중이라도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워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조주빈은 금품을 요구했고,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석희 사장이 이에 응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주빈은 결국 요구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잠적한 후 검거됐습니다.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K씨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습니다.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주빈이라는 것은 검거 후 경찰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상이 손석희 사장의 입장입니다.

JTBC는 손석희 사장과 그 가족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향후 대응 역시 적극 지지할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