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3월 대출 1조8000억 증가

2020-03-24 07:47

국내 대기업들의 대출잔액이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조짐이 보이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전에 열어놓았던 한도대출에서 실제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24일 연합뉴스와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현재 78조6731억원으로, 지난 2월 말보다 1조7819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늘어난 규모는 2월 한달간 증가액(7883억원)의 두배를 넘고, 1월 한달간 증가액(1조7399억원)보다 많다. 1월을 제외한 다른 달에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사례는 최근 2년 이내에 없었다. 

대기업은 대개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대출 잔액이 일정 수준에서 증감을 거듭한다.

이달 이례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전에 받아놓은 한도대출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개인으로 치면 혹시나 몰라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현금이 필요해 마이너스통장에서 실제 대출을 받았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회사채도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사채 만기가 다달이 돌아오고 있어 회사채의 차환 발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으로, 금투협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4월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