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흔드는 공매도]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키웠다"

2020-03-24 08:20

[사진=연합뉴스]

불법 공매도를 '솜방망이 처벌'이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는 101곳에 달했다.

이 중 외국계 금융회사가 94곳을 차지했고 국내 금융회사는 7곳이었다.

연도별로 제재 대상 금융회사는 2016년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2017년 13곳, 2018년 5곳, 지난해 10곳 등이었다.

제재는 45곳에 대해 총 86억7100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56곳은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과태료도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부과된 약 75억원의 과태료가 포함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10년 동안 44곳에 10억원을 약간 웃도는 과태료가 부과된 정도다.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10억원의 과태료 부과를 건의했지만, 증선위가 제재 안건 심의 과정에서 과태료 금액을 75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이전에는 2017년 9월 외국계 금융회사에 부과된 6천만원이 불법 공매도 과태료로 가장 큰 금액이었다.

불법 공매도 제재 대상이 가장 많았던 2016년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7곳에 그쳤고 14곳은 주의 처분만 받고 끝나기도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공매도 금지 규정 위반에 대해 과태료 부과 이외의 처벌 근거가 없다. 불법 공매도가 시장 질서를 교란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소로 꼽히지만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국내 공매도 시장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대안도 조금씩 제시되고 있다.

금감원은 대안으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제시했다.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고 그 외 종목은 공매도를 금지하는 게 이 해당한다.

홍콩은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해 허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가 수시로 지정 종목을 점검해 변경한다.

일본식 공매도 제도 개혁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공매도 개혁을 단행해 지금은 개인 공매도 비중이 25% 정도"라며 "시장 참여자의 합의도출 과정을 거쳐 제도 개혁을 단행한다면 우리도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해 형사 처벌과 부당 이득금 환수를 위한 과징금 부과 도입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오는 5월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