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3] 보편적 복지vs선별적 복지…재난기본소득 논의로 돌아온 복지 논쟁

2020-03-23 17:26
이낙연 “재난지원금 한시적 지급 문제…며칠 내 방향 잡겠다”
황교안 “재난기본소득은 포퓰리즘…피해 고려해 차등 지급”
총선용 포퓰리즘·피해 지원금 구별해 지원에만 집중해야

4·15 총선을 23일 앞두고 여야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대응 방안으로 떠오른 재난기본소득의 방향성을 두고 복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 모두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보편적 복지와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는 복지 정책의 두 가지 방향으로, 정치권에서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이 논쟁이 코로나19 사태로 떠오른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싸고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방안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재난기본소득을 연일 띄우고 있다.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금액을 분배해 소비를 진작 시켜 경기 회복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회의에서 "재난을 겪는 국민의 생활을 돕고 시장의 수요를 진작하도록 재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해 며칠 안에 방향을 잡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과 관련해 "많은 나라가 국민에 대한 직접 지원 대책을 내놨고 우리 당도 그런 방안에 대해 문을 열어놓고 검토해왔다"며 "이제 정부·여당은 그 문제를 훨씬 더 책임 있게 조정해 국민과 야당 앞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현재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국민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한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미래통합당 화성시의원들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요청을 계기로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게 재난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난기본소득을 우리나라 정치 중심으로 견인해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님, 새로운 경제정책 재난기본소득이 정답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미래통합당이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고 관철해서 죽어가는 대한민국 경제를 회생시킬 의지를 보여 달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 통합당 소속 화성시의원들이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화성시에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지사는 "황 대표께서는 경제살리기 정책으로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고, 복지는 취약계층에 집중해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자고 하신다. 둘 다 맞는 말씀"이라며 "진정 무너지는 경제를 되돌리려는 열망과 의지가 있다면 감세와 복지의 장점을 모두 살린 재난기본소득을 미래통합당 당론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이낙연 국난극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제1야당인 통합당은 여권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 방향인 재난기본소득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며 선별적 복지 정책에 입각한 ‘재난긴급구호 자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대응 방안으로 “지금 중요한 것은 재난기본소득이 아니라 재난긴급구호 자금”이라며 “위기를 틈탄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이 사태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통합당이 제안한 '재난긴급구호 자금'은 지원 대상의 피해 정도와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함으로써 제한된 재원을 좀 더 실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 대표는 "일부 여당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념적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위기를 틈타 또 선거운동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재원 조달책도 없이 무조건 퍼 쓰고 보자는 책임 없는 정치로 재정마저 흔들면 안 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마인드는 제발 버리라"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통합당의 지원 원칙을 △어렵고 힘든 국민에 대한 실질적 지원 △일자리 등 지속가능한 지원 △국가 재정 상황을 위협하지 않는 지원 등이라고 소개했다.

황 대표는 특히 지원금 재원 조달 방안으로 ‘코로나 극복채권’ 도입을 주장했다.

황 대표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총생산(GDP) 2% 수준에 해당하는 긴급자금을 투입했다"며 "이번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이지만, 우선 GDP 2% 수준의 긴급구호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로나 극복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현금성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핵심 골자는 여권의 주장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 대상 부분에서 ‘선별성’을 뒀다는 점과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재난기본소득의 개념과 목적에 대한 정립과 함께 실질적인 피해 지원금 성격에 집중하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양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재난기본소득에는 기본소득과 재난피해금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섞여 있다.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재난기본소득은 광범위한 거시 경제 정책보다는 피해 계층 중심의 빠른 경기 반등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지금은 경제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현 상황에서, 재난기본소득이 총선용 표퓰리즘과 겹쳐져선 안 된다”며 “일단 지역적으로 분명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포퓰리즘을 넘어선 피해 지원금의 성격을 충분히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3일 서울 종로구 평창11길 새마을금고 세검정지점 앞에서 종로 지역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