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30대에 100억원대 자산가…부동산계 전설 '임대쪼금'

2020-03-23 06:00
집안 전 재산 2억원을 10년 만에 50배로 불려
리모델링 후 새집 짓기…재개발 후 신축 4채로
“시황 어려워도 결국 오른다“ 과감히 자산증식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처음부터 투자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우리 가족 전 재산으로 함께 살 마당 있는 집을 찾은 게 시작이었고, 투자 기회가 와서 과감히 잡았죠. 물론 운도 좋았고요."

아파트부자들 열한 번째 주인공은 30대에 100억원대 자산 운용가로 거듭난 필명 '임대쪼금'이다.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전설과도 같은 그는 놀랍게도 겸손한 데다 욕심도 많지 않은 인상이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실수요자는 들으세요!'라는 책도 썼다. 원래 집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최근 투자를 관두고 인생을 돌아보는 차원에서 한 인터넷 카페에 노하우를 정리하다 출판하게 된 것이다.

필명을 밝힌 만큼 지난 연재물과 다르게 투자 매물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인터뷰에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드러날 수 있어서다.

첫 집은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대지면적 132㎡(약 40평) 2층 단독주택이다. 지난 2003년경 그가 23살이었을 때 매입한 이 집은 인생을 바꿔놓은 투자 밑천이 됐다.

"아버지가 대학 다니는 형 자취방에 갔다가 충격을 받으신 거예요. 화장실이 밖에 있는 반지하 집이었어요. 이 계기로 가족이 살 집을 구하게 됐죠."

"부모님이 계신 1억5000만원 정도의 강북구 아파트와 저축한 돈까지 포함해서 2억원으로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보라는 특명이 저한테 떨어졌어요."

"집안 재산이 달려 있으니까 서울 곳곳을 다 뒤졌어요. 공인중개사도 한 200명은 만났을 거예요. 그나마 찾은 게 30년 넘은 단독주택인데, 수리해서 살기로 했죠."

2층 단독주택을 3층 다가구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이었다. 한 층에 가족이 살고 두 곳을 전세와 반전세로 돌려 증축비와 은행 이자를 충당하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총비용은 집값 3억5000만원에 리모델링비 1억원이 들었다. 리모델링을 마친 후 전세(8000만원)와 반전세(4000만원+월세)를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우리 집을 구해야 하니까 부동산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리모델링 후에 자산이 불어나는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에 관심도 생겼죠."

그는 첫 집에서 올려받은 전세금과 저축, 지인과의 공동투자 등을 활용해 상가와 다세대 주택으로 구성된 4층짜리 새 건물을 짓기로 한다. 전례를 교훈 삼아 임대로 건축비를 회수하고 자산을 불리는 도전이었다.

"리모델링을 한번 해보니까 욕심이 생겼어요. 반듯한 새 건물이 더 좋아 보이기도 했고, 집값이 더 많이 오르니까요. 집값이 오르면 전세가 오르고, 이 돈으로 다시 투자하는 사이클을 극대화하려고 했죠."

결정적인 기회는 2012년경에 찾아왔다. 마포구 일대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자산가치가 급상승한 것이다.

가족과 사는 첫 집을 3층 다가구주택으로 증축한 덕분에 연면적이 늘어 재개발 후 1+1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당시에 분양 경기가 좋지 않아서 1+1 분양을 받지 않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과거 경험상 집값이 회복되는 시점이 올 때까지 자산가치를 최대한 불려놔야 한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2013년만 해도 주택을 구매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하는 조세제한특례법(4·1 부동산 활성화 대책 후속 조치) 등이 시행될 정도로 시장은 침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과감한 판단 덕분에 마포구에서만 4채의 재개발 신축 아파트를 갖게 됐다. 이때 얻은 차익은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30억원을 웃돈다.

"재개발 이후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결심했어요. 부동산 공부는 취미가 됐고요. 괜찮은 매물들을 눈여겨보고 언제 팔리는지, 얼마나 오르는지 관찰하면서 안목을 키웠습니다."

"저평가된 단지나 입지가 비슷한데도 지역 대장주에 비해 저렴해서 갭메우기에 들어가겠다 싶은 곳 등을 매수했어요. 실험도 해보고요."

그가 투자한 곳 중 하나는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앞에 있는 '북아현동 두산아파트'다. 전용면적 60㎡ 기준 바로 옆 단지 'e편한세상'과 5억원의 갭이 있다.

추이를 보면 지난 2018년 1월 8억원이던 e편한세상은 지난달 12억6000만원까지 올라왔고, 같은 기간 두산아파트는 4억3000만원에서 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대장주만큼은 아니지만, 적은 투자금으로 매수해서 상당한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매물이었던 셈이다.
 

[사진 = 네이버 로드뷰]


"저는 남들이 기피할 때 최저점에 들어가려고 해요. 터무니없는 걸 사지 않으려면 입지를 보는 안목이 중요하고, 안목이 생기려면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야겠죠."

그가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 비율은 아파트가 60%로 가장 많고 재개발과 상가가 각각 20%다. 부채비율은 40% 미만으로 유지 중이다. 

"지금까지의 투자로 얻은 교훈을 꼽자면,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 지인들한테 사라고 해도 아무도 사질 않길래 그냥 제가 실험 삼아 매입한 곳이 있거든요."

"5년 임대 끝나면 매도해서 3억원 정도 수익에 만족할지, 정비사업이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무튼 결론은 기회가 있어도 이것저것 따지다가 놓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입지를 볼 땐 내가 좋아하는 곳보다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입지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정도요. 먼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3~5년 정도는 주변 지역 발전을 상상해보는 시야도 가져야 하겠죠."

첫 종잣돈 2억원을 100억원 이상으로 불린 그는 교육업에 종사하면서 휴식하는 중이다. 최근 시황에 관해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기다리면 V자 반등이 온다고 생각해요. 일본처럼 한국도 L자로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선례가 있기에 우리나라는 온 국인이 불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할 거라 믿어요."

"코로나19 사태도 부동산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 봐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 피로감에 따른 조정이 순식간에 왔다는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