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해 보자더니 나중엔 성경을..." 신천지에 빠졌던 중국인 신자들

2020-03-19 09:47
시간 지나면 "인터넷에 있는 신천지 소식 믿지 말라" 강요
다른 사이비 종교 접촉한 뒤 "아! 신천지도 사이비였구나" 깨닳은 경우도
중국 내 피해자도 급증세


코로나19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전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신천지를 추적하고 있는 종말론사무소가 작성한 '2020 신천지 총회 긴급 보고서'에는 신천지가 전 세계적으로 전도 활동을 하고 있는 현황이 공개됐다.

이들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중국 내 신천지 신도 수는 1만 8440명으로,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을 비롯해 베이징, 상해 등 19개 지역에서 전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중국이 이른바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 법에 따라 엄하게 단속하면서 오히려 신천지의 전도활동을 돕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신천지는 기독교나 성경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중국인들의 틈을 이용해서 종교에 빠져들게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 '신천지'… 3개월 만에 탈출한 중국인

"수업 내용이 기독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신선하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을 모르면 반박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솔직히 수업시간에도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신천지에서 3개월 만에 탈출한 중국인 주부 왕방씨는 이같이 말했다. 8년 전 한국으로 들어와 유학생활을 마치고 정착한 왕방씨는 자신이 신천지의 전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까웠던 대학원 후배와 나눴던 대화가 전도로 이어질 줄 몰랐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지난해 6월 왕방씨는 같은과 후배였던 A씨와 오랜만에 만났다.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1년간 학교생활을 같이했던 사람들과 연락이 안 돼 아쉬웠던 왕방씨로서는 반가운 만남이었다.

대학원 시절 이야기를 나누다 A씨는 문득 대전시가 개최하는 행사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당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왕방씨는 별다른 의문 없이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에 같이 갔다 온 이후 왕방씨와 A씨는 자주 연락을 주고 받게 됐다. 왕방씨는 그 당시 2세 계획에 대해서도 A씨와 대화를 나눴고, A씨는 이후 태교와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슬로 리딩'(slow reading)이라는 영어 공부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2세를 위해 준비하는 단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여한 수업은 왕방씨의 기대와는 달리 성경공부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약 두 달쯤이 지났을 무렵 왕방씨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듣고는 있지만 성경 공부의 비중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 것. 특히 A씨와 선생님이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 "인터넷에 있는 신천지 소식도 보지 말라"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의문은 점차 증폭됐다.

오히려 이같은 말이 나오자 왕방씨는 적극적으로 신천지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됐고, 신천지에서 벗어난 이후 A씨와도 관계를 끊었다.

 

 

 


​◆ 중국 당국의 '사이비 단속'에도 여전히 활발한 신천지

2014년 상하이 소재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장우씨는 고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성경공부를 하는 학원에 발을 들였다.

장우씨는 "그때 마침 겨울 방학이어서 한가했고, 성경은 서양 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돼 좀 더 알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수업을 계속들었다"고 처음 신천지와 마주한 순간을 설명했다.

두 달여 가량 성경 공부를 하던 장우씨에게 학원 선생님은 일명 '복음방'에서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복음방은 신천지 교육생이 되기 전에 거치는 곳으로, 신천지 교인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첫 단계다.

복음방 교육 이후 '신학원'에 들어간 장우씨는 1년여간의 교육을 더 받았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진 수업에서는 성경 내용, 극단적 성경 이론과 말세이론을 혼합한 신천지 신학을 끊임없이 주입한다는 게 장우씨의 설명이다.

특히 장우씨는 "지금 생각하면 수업자체가 매우 비밀스러웠다"며 "이 교육의 마지막은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최고 권위임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고, 그들의 수업 내용 그대로 배우면 절대적으로 끌려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회의 고위층 지도자들이 핸드폰에 담긴 신천지 관련 정보를 모두 비우고, 온갖 이유를 꾸며 주변 가족을 속이는 방법을 지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식 신도가 된 장우씨는 다른 신천지 신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분을 외부에 숨겼다.

신천지 신도가 된 지 3년이 지났을 무렵 장우씨는 또 다른 사이비 교회와 접촉 하면서 문제를 인식했다. 해당 교회의 교인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와 비슷한 행동들을 한 것.

이에 신천지에 대한 정보를 모은 장우씨는 신천지 역시 사이비 종교임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우씨가 신천지를 떠나자 신천지 해당 지역의 책임자를 비롯해 장우씨의 고등학교 동창도 그를 회유했고, 결국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됐지만 계속 의문을 제기하자 신천지는 장우씨를 제명했다.

이같은 피해 사례들이 끊임없이 나오자 2017년부터 중국 각 지역에서는 신천지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베이징 펑타이구를 시작으로 2018년 6월 헤이룽장 성 쑤이화 시까지 불법 종교로 규정하고 단속을 하고 있지만, 신천지는 여전히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탈출한 피해자들은 신천지가 중국에서도 많은 가정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