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얼어붙는 글로벌 제조업..."아직 최악은 안 왔다"

2020-03-17 16:49
코로나19 사태, '소비절벽·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져와
2~3월 美·中 제조업 지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악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제조업 충격이 본격적으로 경제 지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주(州)의 제조업 활동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한 지표도 같은 결과를 나타내 전 세계 제조업 붕괴 상황이 가시화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달 새 -34.4p" 코로나 타격에 수직낙하한 美 제조업 경기 

1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3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경기지수'를 -21.5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4)를 크게 밑돌았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12.9)보다 무려 34.4p(포인트)나 떨어졌다. 하락 폭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6개월간 제조업 경기 전망 지수도 21.7p 내려간 1.2를 기록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경기지수는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지역인 뉴욕주의 체감 경기를 반영한다. 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3월 지수는 3월 2~10일 사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문 결과를 종합했다.

중국 코로나19 확산 초기 발표한 지난달 지수는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도시 봉쇄령'을 내린 2월 경제 상황을 본격적으로 반영하자, 이달 지수는 급속히 악화했다. 도시 봉쇄로 중국 내 수요가 급격히 꺾였을 뿐 아니라, 세계의 굴뚝 역할을 하던 중국 공장 가동이 멈추며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내역별 지수에서 수출 관련 부문은 특히 약세를 보였다. 3월 신규주문 지수는 전월(22.1)보다 31.4p 밀려난 -9.3였고, 출하량도 전월(18.9)에서 20.6p 하락한 -1.7을 기록했다. 이 여파에 고용 상태를 보여주는 공장 노동자 수 지수도 8.1p나 떨어져 마이너스(-1.5)를 기록했다.

지난 2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혼란 상태를 보여줬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의 공급물품 인도기간 지수가 전월보다 4.4p 증가해 빠르게 둔화했고, 수입은 8.7% 급감했는데, 코로나19가 중국 내 생산에 타격을 주면서 미국의 중간재 수급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미국 뉴욕주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경기지수' 추이.[자료=미국 뉴욕주 연방준비은행]


◆中 제조업 상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어려워

이번 달 잇따라 발표한 중국 경제지표도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중국 실물경제 지표에서 1~2월 산업생산액이 전년 동비 13.5% 감소하며 기업 생산활동 위축세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된 30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3%)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PMI는 중국 정부와 민간 발표치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월 공식 제조업 PMI는 1월보다 14.3p 내린 35.7을 기록했고, 경제매체 차이신과 영국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공동 발표한 2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40.3으로 주저앉았다.

두 수치 모두 이전 최저치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 11월 38.8·40.9)보다 낮다. 특히, 생산과 신규주문 지수가 28.6과 34.9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1월 52.0과 51.9에서 수직낙하했다. 차이신 PMI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며 정부 PMI는 대형 국유기업 중심이다.

중정성 차이신 즈쿠모니터 거시경제 분석책임자는 "2월 중국 제조업 부문이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아 공급과 수요 모두 약화했다. 공급망이 멈추고 소화하지 못한 수주 물량이 급팽창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추이.[자료=차이신·트레이딩이코노믹스]


◆아직 최악 아니다..."반등 기대감은 몽상에 불과"

이처럼 2~3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모두 악화한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진정했지만, 미국의 확산세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에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할 경우 글로벌 제조업 전체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에서는 466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85명이 숨졌다.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각 주에서는 통행금지나 영업 제한 조치 등의 고강도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시장은 조만간 미국에도 소비절벽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생산활동 재개 속도는 아직 더디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전체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조업 재개율은 60%를 채 넘지 못했다.

애덤 카민스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면, 이번 달 뉴욕주 제조업 조사 결과는 각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 주에서 수개월 내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은 높지만, 조만간 반등한다는 기대감은 몽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5일 중국 광동성 선전시의 한 제조공장 모습.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노동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