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주총문화... 마스크 쓰고 전자투표 확대하고

2020-03-16 08:42
외부인출입 엄격 통제·손소독제 배치…방역강화
전자투표제독려하고 생방송중계도 준비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외부인 출입을 적극 통제하고 전자투표제와 온라인 생중계를 준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주총장 감염 우려와 관련해 열화상카메라를 통한 참석자 체온 확인, 마스크·장갑 착용 의무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참석주주 부족과 이로 인한 의결 정족수 미달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3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3기 정기 주주총회는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참석한 주주들도 마스크를 철저히 하고, 곳곳에 놓인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위생에 크게 신경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주총은 대주주와 기관의 참여로 의결 정족수가 채워졌지만 주총장을 찾은 주주의 수는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비해 전자투표제를 적극 도입하고 현장 온라인 생중계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주총을 외부 장소에서 개최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지난해처럼 주총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주총장인 수원컨벤션센터는 좌석 2000석 규모로, 지난해 서울 서초사옥에 마련했던 주총장보다 인원을 2배 이상 수용할 수 있다. 주주수만 61만274명(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만큼 삼성전자는 많은 주주 방문을 예상해 본사 사옥보다 넓은 외부 장소를 선택했다.

전자투표는 지난 8일부터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17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님들의 건강·안전을 위해 가능하시면 전자투표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주총장에는 주주 외에 일절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주주들 간 접촉도 최소화하기 위해 좌석 간격을 2m씩 두는 등 각종 예방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처음 온라인 주총을 개최한다.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고도 PC나 모바일을 통해 주총 현장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시간적·거리적 제약 조건으로 주총에 직접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의 편의를 돕고, 주주와의 열린 소통으로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기존 관행을 깬 주총장 온라인 생중계, 경영진의 현장 프레젠테이션과 실시간 질의응답, 전자투표제 선제적 시행 등 새로운 시도가 소액 주주들의 알 권리 제고와 국내 주총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코로나19로 주주총회의 안전한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전자투표제 도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며 주주들과의 소통에서도 비접촉적 정보 제공방법을 늘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