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모셔라”…백화점, 마니아 마케팅 집중

2020-03-15 13:26
신세계百, 영등포에 영패션 전문관 개장
롯데百 평촌점은 프리미엄 아웃도어 매장
한화갤러리아 광교점엔 레고 스토어 입점
코로나19 확산에 백화점 '덕후' 공략 나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영패션 전문관의 `팩토리 스토어`.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빠진 사람을 이른바 ‘덕후’라고 부른다.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마니아를 지칭하는 덕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선 전문가 못지않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백화점들이 덕후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위기감을 느낀 백화점들은 앞다퉈 영패션·프리미엄 아웃도어 등 전문관을 선보이며 활로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 6일 영패션 전문관을 열었다. 지하 2층에 위치한 영패션 전문관은 33개의 각기 다른 브랜드를 모아 ‘하나의 큰 편집숍’처럼 꾸며졌다. 1000여평의 공간에 슈퍼플레이, 플레이 옵티컬 등 신세계 단독 브랜드가 배치됐다. 또 휠라, NFL, 널디 등 1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의 ‘Z세대’가 좋아하는 패션·잡화가 준비됐다.

특히 스트리트 브랜드 편집숍 ‘스타일 쇼케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홍대, 합정 로드숍 일대에서 마니아층을 보유한 브랜드를 선보인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인 ‘팩토리 스토어’에서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이월 상품을 최대 80%까지 할인한다. 기존 팩토리 스토어에서는 분더샵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주로 소개했지만, 영등포점에서는 반스와 칼하트 등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도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소비 경험을 신뢰하고 SNS와 유행에 민감한 타깃 고객의 성향을 반영했다”며 “젊은 층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백화점 평촌점도 최근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편집매장인 ‘더 기어 샵’을 개장했다. 더 기어 샵은 231.4㎡(약 70평) 규모로, 전문가용 아웃도어 상품과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용품 등을 판매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착용해 눈길을 끈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와 이탈리아 수제 신발 브랜드 ‘스카르파’, 미국 캠핑 브랜드 ‘GSI 아웃도어’ 등이 입점했다. 특히 아크테릭스의 프리미엄 컬렉션 라인인 ‘아크테릭스 베일런스’ 상품까지 입점 돼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과 마찬가지로 아웃도어 상품에서도 저가나 고가 상품만 잘 팔리는 양극화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비싼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픈한 한화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6층에는 레고 스토어가 들어왔다. 개장 날 코로나19 여파에도 한정판 ‘레고 배트모빌’을 구매하기 위한 마니아들로 북적였다. 키즈 매장 한가운데 있는 레고스토어는 국내에 문을 연 여덟 번째 공식 레고 매장으로 레고그룹 본사가 운영한다. 필요한 브릭을 용기에 담아 개별로 구매할 수 있는 픽어브릭 존, 원하는 스타일대로 미니 피겨를 꾸밀 수 있는 나만의 맞춤 미니 피겨 존이 운영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따른 소비문화가 형성되면서 마니아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백화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문관을 선보이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