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안전자산' 공식 깨졌다

2020-03-12 15:15

'암호화폐는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현상을 보이면서 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12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921만3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같은 시간 1054만4000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4일 만에 12.6% 급락했다. 1000만원 선이 붕괴된 지난 9일 이후 비트코인은 3일 만에 900만원선 붕괴를 앞두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크게 내려앉았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이더리움은 22만700원, 리플은 237.6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8일 같은 시간 대비 각각 20.9%(5만8300원), 15.6%(43.9원) 폭락한 값이다. 이 밖에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10%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암호화폐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았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되기 마련이지만, 암호화폐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8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올 1월 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불거지자 오르기 시작해 같은 달 14일 1000만원 선을 돌파했고, 한달 만인 지난달 13일에는 1257만원까지 올랐다. 다른 주요 암호화폐 가격 역시 폭등했으나,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금 가격과 동조화를 이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은 깨진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계수는 지난해 0.827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 -0.22까지 내려갔다. 상관계수가 1이면 금 가격과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상관계수가 -0.22라는 것은 금 가격이 100원 오를 때 비트코인 가격은 22원 하락한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 초기에 암호화폐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름세였지만, 사태가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번지자 하락세로 변했다"며 "시장에선 암호화폐를 완벽한 안전자산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5월 말 비트코인 공급이 줄어드는 반감기를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자,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호황기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앞선 반감기인 2016년 7월을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은 한달 만에 70% 이상 급등하는 등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