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도 부족하다"… 추경 확대 시동 거는 당·정·청

2020-03-11 16:36
이낙연 "추경 증액·지원사업 신설 이뤄질 것"
국회 예결위 추경 심사 돌입… 정 총리 "추경 규모 충분하지 않다"
"소비쿠폰 6개월 내 사용하도록 유인 대책 마련"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추경 요건에 맞지 않는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며 "덮어놓고 증액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11일 당·정·청 회의 후 "추경 증액과 지원사업의 신설 또는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구의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뵙고 실물 분야의 고통과 제안을 들었다"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으로는 현장의 위기가 진정되기 어려워 보였다"고 추경 증액 논의가 이뤄진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11조7000억원 규모다. 세수 부족분을 채우는 세입 경정을 제외하고는 8조5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보다 늘어난 '슈퍼 추경'이다. 정부는 추경에 앞서 행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할 1, 2차 대책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추경과 합하면 총 30조원대의 경기 부양 대책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와 이란을 중심으로 유럽과 중동 대륙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확진자 수도 1000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 쇼크'에 휘말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침체가 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왼쪽)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11일 당정청 회의에서 대회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경 심사에 돌입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예산 확대가 주요 주제로 등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예결위에 출석해 추경안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에 동의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제출한 금액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로선 재정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 충분한 대책을 세우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예결위에서 잘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민생 경제의 충격을 줄이고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월 28일 종합지원 패키지 대책을 발표할 때 밝힌 바와 같이 1, 2차는 행정부의 종합 지원, 3차는 추경을 하고 그 이후 세계 경제를 모니터링해 4차, 5차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난 기본소득 지급 문제에는 난색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1인당 100만원을 주면 50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며 "정부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대신 추경에 포함한 소비쿠폰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재난소득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에 포함한 소비쿠폰과 돌봄쿠폰이 2조4000억원 규모"라며 "작은 규모의 재난 지원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쿠폰의 사용 기간이 5년으로 길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비쿠폰을 6개월 이내에 사용하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6개월 내 상품권을 소비하도록 독려하면 중앙정부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효기간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는 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추경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