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르포] ②광진을 "文 정부 힘 실어줘야" vs "서울시장 경험·중량감 갖춘 후보"

2020-03-11 07:18
민주 지지자 "오세훈, 난(亂)개발 정책 실망…피로감"
오세훈 지지자 "고민정, 똑똑해 보이지만 인지도↓"
자양동 재개발·지역 환경 개선 등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이니까 지지…힘 실어줘야” vs “서울 시장 경력·중량감 있어…지역 변화 필요”

제21대 총선을 앞둔 광진을 지역구의 민심을 요약하자면 이와 같다.

◆ 고민정, 인물보단 민주당 따른 지지 경향

광진을 지역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한 지역구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 9일 만난 광진을 유권자의 목소리에서도 민주당 지지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고민정 예비후보에 대한 인지도보다 그가 속한 정당에 따른 지지 성향이 두드러졌다.

화양동에 위치한 느티나무 공원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씨(여·65세)는 ‘내일이 만약 총선이라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예전부터 진보 정당을 지지했다”며 “고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 이유에 대해 “오세훈 예비후보가 싫어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당시 세빛둥둥섬 등 일을 너무 많이 벌이는 모습에 실망했다”며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요즘은 솔직히 정부가 하는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외교도 실패하는 것으로 보여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외교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아직 좀 엉망인 듯해서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양동에서 10년 동안 거주하며 영동교 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여·67세)는 “고민정? 그분은 아직 만나본 적도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난 민주당 지지자”라며 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민주당에 대해 “잘하려고 애쓰는 것 같고 자기 주머니 안 채우고 열심히 하려는 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못 한다고 평가한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김씨는 “문 대통령이 사리사욕 없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때론 사람이니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라며 “일 잘하는 것이 있으면 잘못하는 것은 좀 봐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민주당이 권력이 약하고 힘이 약해서 모든 부분에서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9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영동교 골목시장 입구에 청과 상점 등이 열려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전환욱 기자] [사진=전환욱 기자]




◆ 오세훈, 시장 경력·인지도 이점…'난개발 피로' 지적도

반면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에 대해선 서울 시장을 역임했던 경험과 정치적 중량감, 지역구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가 주요 지지 이유로 나타났다.

자양동 노룬산시장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전성훈씨(남·40세)는 “오세훈 후보를 찍겠다”며 “오 후보가 예전에 서울 시장 경험도 있고, 서울시가 돌아가는 것도 잘 아니까 다른 후보보다 좀 더 낫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광진구에 정착한 지 13년째라고 밝힌 전씨는 “일단 저부터 그에 대해 잘 모르고, 고 후보도 얼마나 이 지역에 대해 알고 계실까 하는 의문도 든다”고 평가했다.

자양동에서 30년 동안 거주한 주부 강모씨(여·74세)는 “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오 후보가 광진구에서 일을 좀 했다”며 “고 후보가 물론 똑똑해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그에 대해 잘 모르는 반면 오 후보는 지난번 여기(자양동)에 오기도 했고 한강에 공사도 해서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양 4동에서만 50년을 살았다고 밝힌 부동산중개업자 조모씨(남·65세)는 “오세훈을 뽑겠다”며 “야당이 잘하는 건 아니지만 현 정부의 실책이 너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그게 반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오 후보에 대해 “정치 경력과 중량감도 있고 또 이 동네에서 오래 산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 후보에 대해선 “기반도 없는 정치 초년생 아닌가”라고 잘라 말했다.

 

9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노룬산시장에 위치한 족발집 전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시장이 방문객이 줄어들어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전환욱 기자]




◆ 광진을, 낙후된 주택·좁은 골목 등 개선 요구↑

광진을에 해당하는 자양동은 광진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다. 지역 주민들은 차기 총선에 나설 정치인에게 낙후된 지역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도 내비쳤다.

전씨는 “두루뭉술한 정책을 내놓기보단 시장에 직접 와서 지역의 구체적인 현안과 문제가 뭔지 살펴보는 분들이 아직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씨는 “서울 시내에 이런 입지를 가진 동네 중 이만큼 낙후한 동네가 없다"며 "동네에 이삿짐 차가 못 들어가는 골목이 너무 많다. 개인이 개발을 할 수 있는 동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역 발전이 안 됐다”며 “우리 입장에선 변화 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20·30세대, 이념보단 생활 밀착형 정책 관심

화양동은 건국대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지역으로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30 청년 세대 유권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청년 표심이 광진을 총선 결과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양동에서 만난 청년 유권자는 진보·보수 이념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투표 기준으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예술업계에 종사하는 이모씨(남·25세)는 “투표할 때는 정당보다는 그 후보가 말하는 공약을 보고 뽑는다”며 “후보가 당선 이후 나아갈 방향을 볼 것이다. 좋은 건 더 좋게 만들고 고칠 건 고치고”라고 말했다.

이씨는 “직업이 예술 쪽이다 보니 문화 쪽에 관심이 많고, 이 분야에 대한 발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일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화양제일시장 입구에서 방문객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전환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