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우한 전격 방문…리더십 과시·경제 정상화 '이중 포석'
2020-03-10 15:41
코로나19 안정세, 종식 선언 임박
'인민전쟁' 승리 이끈 지도자 강조
민심 황폐화, 경제 수습 주력할 듯
'인민전쟁' 승리 이끈 지도자 강조
민심 황폐화, 경제 수습 주력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후 3개월 만에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다.
중국 스스로 '인민전쟁'으로 지칭한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선언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염병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동시에 피폐해진 중국 사회의 정상화를 도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1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항공편으로 우한을 찾았다.
도착 직후 시 주석이 처음 방문한 곳은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를 위해 임시로 설립한 훠선산(火神山) 병원이다.
시 주석이 우한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3개월여 만이다. 이달 들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평상심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명에 불과했다.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소치로 한 자릿수 진입이 임박한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이 바이러스 발원지인 후베이성에서 나오고 있지만 발생 규모가 급격히 줄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인민전쟁을 선언하며 사실상의 총동원령을 내린 바 있다.
중국은 사태 초기부터 시 주석이 방역 정책을 진두지휘해 왔다고 강변한다.
이번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은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전염병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목적이 크다.
앞서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영도로 중국은 인민전쟁에서 신속히 주도권을 잡고 반전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사회의 광범위한 찬사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방역의 결정적 시기에 시 주석이 직접 우한을 시찰하며 결전과 총공격의 동원령을 발신했다"며 "시 주석의 지휘는 전선의 장병과 우한을 포함한 전국의 인민을 분발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화통신은 "옛 형주와 초나라 지역(현재의 후베이성)에 봄이 왔으니 승리를 기대할 만하다"며 "전염병과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승리의 서광이 멀지 않았다"고 기세를 올렸다.
◆경제·사회적 피해 회복 본격화
시 주석이 전염병 피해가 가장 컸던 후베이성 우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국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복귀해도 좋다는 신호다.
이에 따라 당국의 독려에도 여전히 5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기업의 조업 재개율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해외 역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 외의 인구 이동 및 유입 제한 조치도 완화될 공산이 크다.
실제 후베이성에서도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한 조업 재개가 서서히 이루지고 있다. 위기 경보 단계가 낮은 도시들은 출퇴근용 통행증 발급을 시작하는 등 봉쇄령 해제 조짐도 감지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게 됐다. 1분기 내내 경제 활동이 마비됐다.
중소·영세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수백 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재정 압박이 심각해졌고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연속으로 5%를 넘어설 정도로 민생고도 심각하다. 올해 5%대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악화한 민심을 다독이려면 이른 시기에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전제 조건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다.
한 중국 소식통은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은 뒤늦게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이나 중동 지역과 달리 중국은 안정을 되찾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며 "이제부터 흐트러진 민심과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다잡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