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경두 장관 격리 지침 위반했는데... 형사처분·벌금없이 '징계'만

2020-03-10 13:10
국군의무학교 부사관 A씨 자가격리 중 대전시내 곳곳 활보
정식통보 없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은 아냐
국방부, 부랴부랴 '복종의무위반' 등으로 징계 검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부사관이 대전광역시를 활보하고 다닌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명백한 법률위반이자 군(軍) 격리 지침 위반이지만 형사처분이나 벌금조차 내지 않을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가 부랴부랴 '복종의무위반'과 '기타 지시불이행'으로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군인도 격리지역을 벗어나면 지난달 말 국회에서 통과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군형법 제4조에 '이 법의 적용대상자가 범한 죄에 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가격리를 거부하는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4월부터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된다.

문제는 지난 4일 16번째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국군의무학교 부사관으로 근무하는 A씨는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지만,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A씨가 이미 확진을 받은 코로나19 환자의 접촉자가 아님은 물론, 국가 지정 선별진료소 검사를 통해 자가격리 통지서를 발부받은 게 아니라는 이유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16번 확진자가 소속된 부대장의 자가격리를 많이 어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확진자는 ‘군 대구·경북 방문자 관리지침’이 적용된다"며 군 내부 동선에서 대해서는 (시가)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역시 대전시 보건당국과 입장을 같이했다.

법무부 측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자가격리 조처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 청구 등 엄정 조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A씨에 대해서는 군 부대 내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A씨가 소속된 부대장 책임 아래 A씨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관리와 시설 잠정폐쇄 및 방역조치 등이 자체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경두 장관이) 하달한 격리지침과 국방부 군인 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을 근거로 향후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A씨가 완치된 이후 '복종의무위반'과 그 아래에 '기타 지시불이행'을 적용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 소속 한 관계자는 "민간법인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더라도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타인은 고려하지 않고 제 목숨만 돌본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과 국민 불안을 군 당국이 공감하고 있다면 단순히 '징계하겠다'는 것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14~16일 대구에 거주하는 딸을 방문한 후 같은 달 18일부터 오한 등 증상이 발현해 21일과 29일 연이어 자운대 소재 자운가정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등 소속 부대장의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다.

A씨는 자운가정의원을 방문하면서 대구방문 여부는 물론 군 내부적으로 자가격리 중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