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파행?...개신교 목자는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2020-03-11 07:43
코로나19의 주된 전염원이 신천지라는 기이한 종교단체라는 사실에 많은 개신교도들이 “사이비 종교의 파행적 결과”라고 지적하지만, 실은 파행의 정점에 개신교가 있다고 봐야 한다. 중세시대 훨씬 이전의 고대 원시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빤스목사’나 ‘삥목사’들이 나타나 “팬티를 벗어라”느니, “십일조를 안 하면 지옥에 간다”느니 하는 막말을 하고, 기성세대의 교인들이 그런 목사를 따르며 몰려다니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이런 교회와 목사를 따르는 데 당혹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알바나 비정규직의 고달픈 삶에 영적 안식처를 갈구한 젊은이들에게 신천지라는 달콤한 말을 앞세운 기이한 종교가 파고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를 일이다.
바이러스 확진자의 대부분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에서 상당수 개신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오래전부터 ‘이단’과 ‘사탄’으로 규정한 세력에 대한 하느님의 당연한 응징으로 몰아붙이며, 마음속으로 회심의 쾌재를 짓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바이러스 감염의 최정점기에서 더 이상의 감염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공동체 차원에서 벌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비웃으며 대규모 예배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한국 개신교 목사들이 예수를 앞세워 돈벌이에 나선다”는 항간의 지적처럼 하루에 수천만, 수억이 걷히는 헌금에 눈이 멀었기 때문일까? 20~30대 젊은이들이 ‘정통’을 자칭하는 개신교가 이단시하는 신천지에서 ‘은밀한’ 영적 평화를 갈구했다는 사실은 종교단체, 특히 개신교에 적지 않은 질문을 안겨준다.
동네 곳곳에 예수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표시한 십자가들이 교회지붕에 즐비하게 세워졌는데도, 왜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은 영적 안식을 저런 허튼 곳에서 구하다가 몹쓸 바이러스에 걸렸을까? 이단종교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신천지 교주의 매끄러운 세치 혀와 혹세무민하는 교리만이 젊은이들을 꾀어낸 미끼가 아니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치사율이 3%에 불과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에겐 치명적이다. 바이러스 방역과 감염자 치료에 여념이 없는 민·관 총력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목사라는 이들이 교인들을 모아 예배를 강행하고, 은폐된 공간에서 노인들에게 선동과 거짓으로 자신들만의 천년왕국을 주문(呪文)하며 공동체정신을 뒤흔들고 있다. 바이러스 확진자가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혼돈의 시기에 종교집단이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흔들며 “좌파 정권 타도”와 “대통령 하야”를 외쳐대고, 여기에 호시탐탐 정세를 뒤엎으려는 정치세력이 동조하며,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처사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민주화 정권 이후 공론장이 겨우 형성되다가 최근에 디지털 사회를 맞아 SNS에서 언론이 쥐어짠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것은 언론자유가 아닌 범죄행위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다시 공론장이 붕괴되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이 보수의 큰 축으로서 교인들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더 이상, 신천지 교인들을 이단의 재단에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 자신들의 옹졸함을 먼저 반성해야 할 듯싶다.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