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IMF 때보다 더 힘들다... 80% 이상 운휴”

2020-03-09 17:14

국내 1위의 항공업체 대한항공도 코로나19 사태의 위중함을 호소했다.

우기홍 대항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9일 이메일을 통해 “국제선 여객노선을 기준으로 보면 원래 운항하던 주간 운항횟수 총 920회의 80% 이상을 운휴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임직원에 밝혔다.

우 사장이 회사의 위기 상황을 공식적으로 임직원에 전한 것은 2017년 대표이사 취임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7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지난해 일본의 경제 도발도 버텨낸 바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그만큼 회사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3월 둘째주 기준으로 여객노선 총 124개 중에 89개 노선을 운휴하고, 남은 노선들도 대폭적인 감편 운항을 하고 있다.

우 사장은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도 공급을 약 18% 정도만 감축했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토로 인한 위기의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세계 절반 이상의 나라들이 한국 출발 승객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며 “공급감축에 따라 회사의 수익도 하락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가만히 앉아서 수백원의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리스료와 사무실 임차료, 공항시설이용료 등이 모두 손실로 기록되는 것이다.

우 사장은 “현재 기준으로 보더라도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주기된 상태”라며 “2만1000여명의 임직원이 재직하고 있지만 필요한 업무량은 그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우 사장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임직원의 피해만큼은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비상대책위원회 및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사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한 배경이기도 하다.

우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회사나 구성원들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부진노선에 대한 공급축소, 투자 집행시기의 연기, 운영비용 감축과 같은 회사차원의 자구노력에 집중하는 한편,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망휴직과 적치된 연차휴가 소진을 권유하는 방법으로 대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를 대한항공 특유의 단결력과 애사심이라는 ‘칼맨정신’으로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우 사장은 “장기화될 경우에는 회사의 생존을 담보받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칼맨정신으로 우리 임직원 모두가 서로 믿고 일치단결해서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