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DNA] 오너 4세 박정원 두산 회장, 대대로 물려받은 ‘혁신 유전자’
2020-03-09 18:54
취임 4년차 속전속결 재무구조 개선...’위기의 두산’ 단숨에 흑자 전환
두타면세점 안되는 사업 접고 전지박 등 신사업에 과감한 베팅
두타면세점 안되는 사업 접고 전지박 등 신사업에 과감한 베팅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이달 말 취임 4년차를 맞는다. 박 회장은 2016년 3월 28일, 작은 아버지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 바통을 넘겨받았다.
대한민국 재계에 4세 경영의 포문을 연 박정원 회장은 지난 4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중 버릴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취임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계열사는 단숨에 흑자를 냈다. 재계는 그의 과감한 ‘혁신 DNA’가 두산그룹을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안정기에 접어들게 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당시 두산그룹은 내우외환의 시기였다.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이 해외발주 감소 등으로 조단위의 순손실과 막대한 차입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밖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한국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박 회장은 수익을 못내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되, 될성부른 사업은 기술 경쟁력과 투자를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신사업에는 과감하게 베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사업구조를 본격 개편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두타면세점’ 특허 반납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서원 전무를 필두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면세사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자 4년 만에 과감히 정리한 것이다.
난제는 그룹 주력사인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최근 5년 만에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상장폐지 된 두산건설도 '아픈 손가락'이다. 두산중공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이 결정됐지만, 두산중공업의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언제든지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9일로 59세 생일을 맞은 박정원 회장은 고(故)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거침없는 박 회장의 혁신 DNA는 아마도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896년 박 회장의 증조부인 박승직 선대 회장은 포목점을 차린 이후 주류사업(동양·OB맥주)으로 그룹사로 거듭났다.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중공업·플랜트 기업에서 4차 산업 분야로 한 단계 더 변화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두산은 124년 역사 속에서 온갖 변화에 맞서 도전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글로벌 두산을 이뤘다”며 “두산의 DNA에 있는 경험과 역량을 믿고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하는 2020년을 만들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