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ZOOM IN] 필자 안경환(安景煥) 전)조선대학교 교수 = 1955년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으며, 베트남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생활 베트남어회화>, <행복한 한-베 다문화가정을 위한 길잡이>, 역서로는 호찌민의 <옥중일기(獄中日記)>, 응우옌주의 <쭈옌 끼에우>, 당투이쩜의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 꾸었네>, 보응우엔잡 장군의 회고록 <잊을 수 없는 나날들>, 베트남어 번역서로는 권정생의 <몽실 언니>, <한국전래동화>가 있고, <김동인 단편선>은 팜꽝빈과 공역하였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친선문화진흥공로 휘장, 평화우호 휘장을, 호찌민시로부터 휘호, 응에안 성으로부터 호찌민 휘호를 받았고, 베트남문학회로부터 외국인 최초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10월 12일에는 하노이 수복 60주년 기념으로 하노이시로부터 '수도 하노이 명예시민'으로 추대된 유일한 한국인이다. 2017년 11월 20일에는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개교 60주년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동문 6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12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호훈장을 받았다. 2014년부터 6년간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을 역임했다.[편집자 주]



베트남 보응우옌잡 장군의 승리 전략
 

∎ 열렬한 반식민주의자, 민족주의자
∎ 102세로 사망하자 국장으로 예우

보응우옌잡 장군은 열렬한 반식민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독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적극성을 띤 무장투쟁의 길로 들어섰고, 베트남인민군대를 창설하고, 호찌민 주석과 함께 베트남의 독립을 쟁취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2013년 10월 4일 베트남의 신장(神將) 보응우옌잡 장군이 향년 102세로 사망하자 베트남 정부는 국장으로 온 국민의 존경과 애정을 모아 장례를 치렀다. 뜨거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빈소를 찾아 헌화하는 조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길가에 늘어선 조문행렬이 2㎞ 가까이 되어 외신기자들이 취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TV 뉴스로 방영되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장군에 대하여 각별한 예우로 작별 인사를 하는 국민들이 인상적이었다.

1954년 5월 7일 보응우옌잡 대장이 지휘하는 베트남 독립군이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무찌르는 쾌거를 이루어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1968년 구정(뗏) 공세 때는 디엔비엔푸 전투의 경험을 되살려 케산에 있는 미군기지를 77일간 포위했었다. 그 후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1961년 게릴라전에 관한 <인민의 전쟁, 인민의 군대>를 집필했다. 전쟁이 끝난 1975년 이후에는 통일 베트남의 부총리와 국방부장관을 겸했으며, 1991년까지 베트남 전쟁 도중에 매설된 엄청난 양의 지뢰와 부비트랩을 제거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잡 장군이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었고, 남북베트남을 통일시킨 승리의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독립전쟁
∎ 37세에 베트남군 최초의 대장
∎ 1954년 5월 7일 디엔비엔푸 전투 승리: 83년간의 식민통치 종식

잡 장군은 1946년12월 19일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이 발발하자 총사령관 겸 총 군사위원회 비서로 9년간에 걸친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을 지휘해 승리로 이끌었다. 1948년 5월 28일 37세의 나이로 베트남군 최초의 대장으로 임명되었다. 1948년 8월에는 새로 설립된 최고국방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9년간에 걸친 프랑스와의 장기전에서 탁월한 전술을 개발하고 장병들을 훈련해 역사적인 디엔비엔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잡 장군은 항상 지휘관들에게 장병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베트남은 작은 나라로 많은 군대를 양성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1954년 호찌민 주석과 노동당은 잡 장군에게 디엔비엔푸 작전에 전권을 부여하였다. 잡 장군은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6개 보병사단 가운데 4개 사단(308, 304, 312, 316사단)을 지휘하였다. 1954년 3월 13일 호찌민군대가 총공격을 개시하여 1954년 5월 7일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83년간에 걸친 프랑스의 식민지배는 종지부를 찍었고, 베트남은 완전한 독립을 달성하게 되었다. 디엔비엔푸 전투는 아시아국가가 유럽국가와 싸워서 승리한 최초의 전투이다.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 통일전쟁
∎ 1968년 무신년 뗏(구정) 공세 단행
∎ 1975년 4월 30일 남북 베트남 통일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로부터 철수하자 독립과 통일을 동시에 달성하게되리라고 알았던 베트남은 1954년 제네바 협정에 따라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남부의 베트남공화국과 통일을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는 1954년부터 1956년까지 평화적인 투쟁을 주장하면서 남부 베트남공화국에 통일을 위하여 제네바협정 준수를 요구하였으나, 응오딘지엠 정권은 “또꽁지엣꽁-掃共滅共”정책-베트남공산당 말살정책)을 선언하면서 협정준수 요구를 묵살하였다. 1959년 1월 제네바협정이 준수될 가망성이 보이지 않자, 잡 장군은 무력을 통해서 남부를 해방시켜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이에, 쯔엉선 산맥을 통한 군사보급로 구축을 위한 559단을 창설하였고, 남부 베트남에서의 게릴라 활동을 증가시켰다. 남부의 민족해방전선은 연대급으로 재편하였다. 1964년에는 응우옌찌타인, 레쫑떤을 선발하여 동남부 전선에 파견하여 남부해방군 지휘를 맡겨 전세를 호전시켰다. 1968년에는 무신년 뗏(구정)공세를 단행하였다. 무신년 뗏 공세에서 비록 인명피해는 많았으나, 전세를 전환시키는 데는 커다란 성과가 있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확산되었던 것이다. 특히, 미국의 북폭이 중단되었고, 휴전협상을 유도하여 베트남에서의 외국군 철군을 이끌어냈다. 1973년 외국군 철수가 완료되자, 남부 베트남으로 총진격하여 1975년 4월 30일 무력에 의한 통일과업을 완수하였던 것이다.


잡 장군의 군사전략
∎다윗(약소국)과 골리앗(강대국)의 싸움에서 승리
∎게릴라전으로 군사력 약세를 극복

1945년부터 1975년까지 30년간 이어진 프랑스와 미국과의 전쟁은 베트남이 상대하기 힘든 강력한 국가와의 전쟁이었다. 때문에 전쟁목표와 전쟁 수행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1945년 독립선언 초기 베트남은 국가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였고, 군사력도 빈약하여 무기다운 무기도 갖추지 못한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하버드대학교 정치학자 이반 어렝귄-토프트(Ivan Arrenguin-Toft)는 지난 200년간 벌어진 전쟁 가운데 인구와 군사력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난 다윗(약소국)과 골리앗(강대국)의 전쟁을 분석한 결과, 골리앗의 승률은 71.5%였고, 강자의 룰을 따르지 않은 싸움에선 다윗이 63.6% 이겼다고 한다. 약자가 승리하는 비결은 다윗이 기존의 법칙을 거부하고 완전히 다른 창조적인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베트남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게릴라전을 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다윗)이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프랑스와 미국(골리앗)을 상대로 전쟁을 하면서 채택한 몇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바무이잡꽁(ba mũi giáp cȏng) 전략이다.
바무이잡꽁 전략이란 적을 공격을 하는데, 군사적인 무장투쟁과 정치외교적인 투쟁을 취하면서 동시에 적을 선동하는 3방향으로의 공격을 의미한다. 당시 신생국 베트남이 강대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무모한 일이었다. 따라서 군사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정치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국제적으로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고, 적을 선동하여 전투의지를 약화시키거나 아니면 최소한 정치투쟁과 무력투쟁을 병행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삼았다.

둘째, “국민 각자를 한 사람의 전사로”만들었다.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이기 때문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서 베트남은 무장을 하고 군사조직을 정비하고 강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당연히 베트남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유격전의 확대와 발전뿐이었다. 강력한 화력을 갖춘 적의 속전속결 작전에 대하여 유격전은 최선의 지연술이었던 셈이다. 전국적으로 유격전을 확대시키는 것은 바로 “국민 각자를 한 사람의 전사로”만드는 전략이었다. 민간인 복장을 한 전사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투를 벌였고, 이들과의 전투는 민간인 학살로 오인되어 아직까지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셋째, 대동단결 전략이다.
“친구를 돕는 것이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호찌민 주석의 주장에 따라 이웃나라인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도와주고 프랑스와의 독립투쟁 대열에 합류시켜 투쟁역량을 강화시키고, 국민들의 대동단결을 끊임없이 유도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나라사랑 경시대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국민의 애국심을 경쟁적으로 고취했다. 해마다 애국자 대회를 실시하여 다방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창의적인 인물을 선정하여 격려하고 시상을 하는 일종의 애국심 고취운동이다.

넷째, “동시다발적인 봉기” 전략이다.
적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렸을 경우에는 불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봉기하여 적을 혼란에 빠트려 국면을 역전시키는 전략이었다. 소규모 요원이 전기, 통신시설을 파괴하여 암흑천지로 만들고, 수도, 철도, 유류저장고를 파괴하여 인구 밀집지역에 대혼란을 일으켜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적을 약화시키고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다섯째, “1인 2역” 전략이다.
전 국민이 자신의 생업 터전에서 총을 들게 하여 ‘한 손에는 망치,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쟁기를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들도록 하여 전 국민을 무장시켜 모든 국민이 전쟁에 참여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독립과 통일전쟁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이었다.

∎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
∎ ‘보응우옌잡 도로’ 명명, 기념우표 빌행

이러한 전략은 신생 베트남의 낙후한 경제, 열악한 무기와 부족한 병력을 가지고, 현대화되고 잘 조직된 강대국과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하여 독립과 통일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잡 장군은 최고, 최초, 최장기, 최장수 등의 수식어가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베트남 최초의 대장, 최초의 총사령관, 최장수 국방부장관, 최장수 정치가이기 때문이다. 또한, 베트남군과 잡 장군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1944년 12월 22일 호찌민의 지시로 베트남인민군의 전신이 된 베트남 해방군선전대를 창설한 이후 1991년까지 50년 가까이 베트남군의 육성과 지휘, 국방정책에 관여하였다. 그 가운데 30년간을 베트남 인민군총사령관을 역임하였다. 세계역사에 잡 장군만큼 장기간 군총사령관을 역임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잡 장군은 항상 휘하 지휘관들에게 장병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 사람의 생명도 귀중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약소국가이기 때문에 많은 수의 군대를 양성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잡 장군은 인류역사상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에 대항하여 미국에 최초로 수치심을 안겨준 베트남군 총사령관이었다. 그는 극도의 어려운 전투상황에서도, “미국은 베트남 사람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베트남에 패할 것이다”라며 항상 승리를 낙관하였다. 결국, 그는 이 말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었다. 20세기에 베트남에서 발발한 전쟁을 이해하려면 잡 장군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적장이었지만,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향한 그의 애국심과 충성심은 높이 살 만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보응우옌잡 장군은 천부적인 전략가임이 틀림없다. 잡 장군이 2013년 10월 4일 사망하자 베트남 정부는 그의 공을 기려 국장으로 예우하고 향리에 안장하였다. 2015년 2월에는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시내 중심을 잇는 신규 고속도로를 ‘보응우옌잡 도로’로 명명하여 그의 헌신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기념우표도 발행하여 잡 장군의 충의, 애국정신을 널리 현창하고 있다. 잡 장군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면, 한국군 참전의 상흔을 극복하고, 두 나라 간의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은 이미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자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디엔비엔푸 전투: 디엔비엔푸는 하노이 서북쪽, 라오스 국경 16㎞ 지점에 있는 지명으로, 프랑스 공군비행장이 있는 군사요새였다. 프랑스는 호찌민 군대를 이곳으로 유인하여 섬멸하려했고, 호찌민군은 평야지대에서의 전투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군수지원 거리가 먼 디엔비엔푸에서 결전하기로 하고 보병 3개 사단, 포병 1개 사단을 투입하였다. 1954년 3월 13일 호찌민 군이 프랑스 요새를 총공격하여 1954년 5월 7일 완전히 승리함으로써 프랑스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달성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역사적인 전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