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요동치는 증시에 '공매도 금지' 외치는 개미들
2020-03-06 13:02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동의 1만7000여명
홍콩식 공매도 도입에 의견 엇갈린 금융당국
홍콩식 공매도 도입에 의견 엇갈린 금융당국
◆개미들의 호소
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여러 차례 게재됐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데 대해 불안감을 토하면서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를 금지해 주길 청원했다.
전날 청원이 마감돼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천재지변(코로나19)으로 인한 한시적인 공매도 폐지는 오늘 바로 시행하셔야 합니다’라는 글에는 1만7399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국민은 "공매도 세력들이 현 상황을 기회를 이용해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시장의 대부분 참여자인 작은 개미 일반 국민에게 금융시장에 대한 공포심과 재산상의 피해를 주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순기능은 전혀 없다"며 "현재 전 세계적인 천재지변에 신속한 시장 안정화 조치인 한시적인 공매도 폐지는 약자인 대다수의 일반투자자를 보호하며 과도한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와 더불어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만들어지는 토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2일 청원을 시작한 한 국민은 감독당국의 방관에 대해 지적하면서 일시적 공매도 제한 등을 요구했다.
그는 "이러한 행태는 현재 문제가 된 라임사태와도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금융감독 기관의 방관과 돈에 눈이 멀어 자행한 자신들의 과오를 결국 국가적 재난상황을 핑계로 만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한 듯이 이런 국면을 수수방관한다면 증시의 투자금 손실을 넘어 유동성자금에 위축을 가져오고 이러한 유동성 자금의 흐름의 위축으로 당장의 국가 경제 손실을 넘어 전체 시장의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원 글에는 주가가 10% 이상 하락 시 공매도가 금지되는 방법과 주식시장의 안정화로 부동산 시장의 폭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 청원은 참여인원이 3000명을 넘기도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당국 '우왕좌왕'
이들이 공매도 금지를 외치는 이유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증시가 불안해진 틈을 타 공매도 세력이 움직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주식대차잔액은 60조1690억원으로 1월 말에 비해 3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 뒤 아직 갚지 않은 주식 평가액으로 공매도 선행지표 중 하나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우량한 수준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이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매도 거래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개인투자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홍콩식 공매도는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제도로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검토했으며 시총 등 규모별로 공매도 가능종목을 지정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내렸다.
홍콩은 국내처럼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는 등 공매도 규제 수준이 국내와 비슷하다. 공매도를 통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바로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야 하는 '업틱룰(Uptick rule)'과 공매도 호가 표시, 잔고 보고, 종목별 잔고공시 등도 시행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도입 결정에 신중하다. 홍콩 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를 도입한 곳이 없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주식 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이 저하되고 자칫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어 이들의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매도는 주식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개별 주식의 적정 가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등의 순기능도 있다. 이런 이유로 양 감독국 간 협의가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6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도 1%대 하락세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