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배당주 소외 오래가지 않아··· 저평가된 배당종목에 관심"

2020-03-06 06:00
배당수익률 4% 넘는 종목 많아··· 배당주 매력 여전
경기부양 정책이 자산 거품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사진=베어링자산운용]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성장주가 각광받는 시기다. 미국 증시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대형 IT 성장주들의 주도 하에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올해도 전기차업체인 테슬라 등이 주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만난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는 이런 시기에 오히려 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평가된 우량 배당주들을 저가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2013년 베어링자산운용에 합류한 최 대표는 현재 주식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배당주 투자 명가··· "성장주 관심 몰릴 때 오히려 배당주 매수 적기"

베어링운용은 금융투자업계의 대표적인 배당주 펀드 운용사로 꼽힌다. 2002년 처음 국내에 배당주펀드를 출시한 뒤 장기간 꾸준한 성과를 내며 시장의 신뢰를 얻어왔다. 대표 펀드인 '베어링고배당펀드'는 지난 1월말 기준 설정 이후 수익률이 409.91%(클래스A 기준)에 달한다.

최 대표는 배당주 투자 '명가'인 베어링운용의 주식운용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시장이 성장주 위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실질 금리가 1% 초중반 수준인 데 비해 배당수익률이 4%가 넘는 매력적인 주식들이 굉장히 많아 이런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주가 부각이 되는 상황이 오히려 가치주를 저평가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최근 성장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실제로 가치주에 속하는 종목들의 수익률이 성장주 종목보다 낮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저를 비롯한 주식운용팀은 현재를 오히려 좋은 주식들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성장주의 경우 오히려 투자가 어려운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를 본다면 점점 주가가 뛰면서 적정 가격에 매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가치주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력도가 높은데 저평가된 종목들,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과 배당 어디에 주목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가치투자의 기본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성장주와 가치주 어디에 투자하든 가치투자의 원칙은 같다"며 "둘 중 무엇에 주목하든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현재는 배당매력도가 높은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익과 배당이 함께 증가하는 배당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최근 늘어나며 이들 종목의 주가도 올라가 있는 상태다.

최 대표는 "현재는 배당 수익률이 4%에서 향후 5%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고배당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과 배당수익을 종합적으로 예측해 산출한 배당매력도를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의 기본적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미국의 경우 기업별로 결산일이 다양해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월별 배당금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은 12월 결산이 대부분이라 배당주 투자 전략이 단순하지만 서서히 분기 배당이 늘고 있어 전략도 다양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1분기 부진 불가피··· 자산 거품 가능성은 지나친 우려

코로나19로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가치투자전략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베어링운용은 코로나19 이후 장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이미 연간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반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의 개선을 기대했으나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2월초까지만 해도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반등을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를 단발성 요인이 아니라 펀더멘털까지 영향을 주는 이벤트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은 확진자가 고점을 지나며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탈리아와 미국 등 서구는 이제 막 확산이 시작된 상황"이라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위험이 일상화될 가능성에 좀 더 주목하고 있으며, 나라별로 전파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폭발적인 위험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더라도 경제활동이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활동이 전반적으로 줄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한 소비가 늘어나는 등 행동양식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경기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사용해도 시장이 균형을 찾기까지는 최소한 한 달에서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1분기 성장률 하락은 어쩔 수 없겠지만 2분기까지 우울할 것으로 전망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들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지만 4월부터 상당 부분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양 정책이 증시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지나친 우려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며 밸류에이션 수준이 역사적 고점까지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버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이상 당분간 급격한 하락이 찾아오진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그는 "버블은 항상 우리가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만 터진다"며 "지금처럼 금리 인하가 자산 거품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버블이 갑자기 꺼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