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그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확진자 동선 공개, 알권리 일까
2020-03-04 18:38
경쟁하듯 언론에 노출되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
"일 잘하는 자치구 vs 내 일이라 생각하면 끔찍"…감염병 정보공개 두고 갑론을박
"일 잘하는 자치구 vs 내 일이라 생각하면 끔찍"…감염병 정보공개 두고 갑론을박
"확진자 A와 B는 내연관계라던데요? 확진자 동선을 보면 다 알아요. 확진자 C는 '업소남'으로 찍혔어요. 코로나19보다 확진자 동선공개가 더 끔찍하네요. 전 국민에게 신상이 털리는 셈이잖아요."
4일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해 확진자 동선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면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막기 위해선 당연한 조치지만 각 자지체의 민심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정보공개가 일부 피해자와 자영업자의 '낙인찍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현장에서는 각 지자체별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공개 수준이 차이가 컸다. 강남구 서초구의 경우 '확진자 김모씨가 염공동 소재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승합차로 이동했다'거나 '영등포구민인 확진자 박모씨가 17명의 일행과 함께 ○○음식점 서초점을 방문한 뒤 △△빌딩으로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탔다'등의 확진자 동선을 상세히 알렸다. 반면 강남구의 경우 확진자 동선을 '회사-집-택시-휘트니트센터' 등 개괄적으로만 공개했다.
경남 창원시의 경우 확진자가 이용하는 카페, PC방 등을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공개했고, 순천시는 확진자가 방문한 모텔, 산부인과 이름, 이용한 택시번호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정보공개를 바라보는 여론도 양분된다. 직장인 김가영(35)씨는 "확진자들이 언제, 어디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일반 사람들이 스스로 접촉자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신고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일부 자치구의 발빠른 행정력을 보면 마냥 부럽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감염병 확진자 동선 공개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역학 조사를 진행하지만 확진자 동선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는다. 질병 관련 비밀을 유지하고 확진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일본 역시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환자의 동선을 제외하고는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제3자인 언론 등에 이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만 개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동선을 공개하면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동선 공개로 신원이 유추되거나 지나친 희화화는 상황에 따라 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