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대란] 경영 차질 불가피… 의결정족수 확보 비상

2020-03-03 08:00

[사진=연합뉴스]

3월 주주총회 시즌은 그야말로 대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주총장 찾기를 꺼리는 분위기라 기본적인 의결정족수 확보부터 비상이다. 그렇다고 주총을 미루면 일반주주 의결권을 침해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커진다.

◆상장법인 코로나ㆍ새 상법 이중고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법인은 이달 주총에서 새 상법 시행에 코로나 사태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새 상법은 상장법인 감사를 뽑을 때 '3%룰'을 요구하고 있다. 감사나 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하려면 발행주식 25%로부터 찬성을 얻어야 한다. 여기에서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하고, 이를 3%룰이라 부른다. 상장사는 우호 지분을 22%가량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감사 선임안은 물건너간다.

과거에는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이를 해결해주었다. 주주가 주총장을 찾지 않아도 주총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걸로 간주했다.

기업마다 감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때는 섀도보팅을 폐지한 2017년 말 이후부터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는 2018년 76곳에서 이듬해 188곳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올해에는 지분을 많이 쥔 기관투자자가 없는 코스닥 상장사일수록 의결정족수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걸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주총장을 찾는 일반주주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약 42%에 해당하는 540여곳은 이번 주총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새로 뽑아야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 주총에서 상장사 280여곳이 감사 선임에 실패할 걸로 어림잡았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 추산이라 훨씬 많은 상장사가 감사를 선임하지 못할 수 있다.

◆주총 늦춰도 일반주주 의결권 훼손

3월 주총을 미룰 수는 있다. 단, 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명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일반주주 일부는 권리 행사에 제한을 당할 수 있다.

상법 때문이다. 주총은 주주명단을 확정하려고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개최해야 한다. 상장법인 대부분은 12월 결산으로 해마다 12월 말 주주명부를 확정해 이듬해 3월 중하순에 주총을 열고 있다.

즉, 주총을 3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면 그에 맞춰 주주명부를 다시 확정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배당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12월 결산인 상장사는 배당도 12월 말 기준으로 실시한다. 배당을 받을 권리는 12월 말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던 주주에게 주어진다. 이에 비해 3월 이후 주총을 열면 2월 또는 3월을 기준으로 다시 주주명단을 확정해야 한다. 12월 말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다 팔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주주명부 확정이 과거보다는 쉬워졌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16영업일에서 12영업일로 줄어들었다. 그렇더라도 주주명부 재확정이 기업에 주는 부담은 적지 않다.

주총 일정이 미뤄지면 그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도 늦어진다. 코로나19 진앙지인 중국에 사업장을 두었거나, 갑자기 확진자가 불어난 대구ㆍ경북에 본사를 둔 상장사는 더욱 난처해졌다. 애초 주총 4주 전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내야 한다. 다시 감사인은 주총 1주 전에 감사 의견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내야 한다. 당국에서는 이런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제재를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주주에게 미치는 피해는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