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시대] ① 초유의 대규모·장기 재택근무 확산... 몰랐던 문제점 해결 계기로 삼아

2020-03-02 08:00
ICT 기업들 3월 첫째주까지 재택근무 연장
기존에 발견 못했던 재택근무 문제점 확인... 관련 보안책 마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재택 및 원격근무(이하 재택근무)를 연장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카카오뱅크, NHN, 위메이드 등 많은 ICT(정보통신) 기업이 3월 첫째주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했고, 재택근무에 들어간 다른 기업들도 사실상 재택근무를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년 동안 국내 재택근무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근무자의 7.3%였던 재택근무자는 2017년 5.6%, 2018년 4.7%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는 4.3%를 기록했다. 221만5000명의 유연근무제 활용 노동자 중 재택근무를 실제 활용하고 있는 인원은 9만50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꺼리는 풍조가 생기면서 재택근무자 수는 급반등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국내 ICT 업계 인사팀은 이렇게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장기간 재택근무를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A 기업은 재택근무 도중 과도한 업무 보고가 도마에 올랐다. A 기업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개인단위 업무 일지 작성과 팀 단위 공유 지시를 내렸다. 문제는 업무 진행 상황 업데이트를 1시간 단위로 지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직원들이 "45분 근무하고 15분을 보고서 작성에 할애해야 한다.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며 "이럴거면 그냥 출근하라고 하지 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A 기업의 과도한 업무 보고를 두고 직원들을 믿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 재택근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다른 ICT 기업의 경우 하루에 1번 또는 2번 정도 종합해서 팀장 또는 관리자에게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에 A 기업은 결국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시간 단위 업무 보고를 폐지하고 업무 보고 및 공유를 팀장의 재량에 맡겼다.

B 기업은 대구·경북 지역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하면서 일부 현장직을 재택근무에서 배제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사람과 접촉이 많은 현장직들이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결국 B 기업도 모든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현장직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해야만 했다.

이밖에 재택근무를 지시하면서 연차를 사용하도록 강권하는 것도 대표적인 재택근무 시행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