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이후 비강남권은…풍선효과에 봉천동도 10억원 웃돌아

2020-02-28 07:02
9억원 이하에 자금 몰리며 봉천동 e편한세상 전용 84㎡ 10억5000만원에 거래

정부가 12·16 대책에 이어 2·20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강남 집값을 안정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지역 집값이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실수요자로 구성된 비강남권 서울 지역의 9억원대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면서 '2차 풍선 효과'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 전용면적 84㎡(34평형) 분양권이 이달 초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1월만 해도 8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작년 12월 말 10억원을 찍은지 열흘도 안돼 신고점을 찍은 것이다. 관악구 내에서 중형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간 것은 이 단지가 처음이다.

구로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 ‘신도림4차e편한세상 4차' 전용면적 84㎡(9층) 매물은 지난달 13억1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0억원대였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가격이 높아지더니 13억원대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낮은 금천구 지역의 아파트값도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금천구를 대표하는 아파트인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전용 84㎡는 지난달 초 9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말까지도 8억9500만원대였다.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노원구에서도 10억원에 육박하는 신고가들이 나오고 있다. 25년차 단지인 노원구 상계동 ‘중계 청구’의 전용 115㎡(10층)는 지난해 11월 10억1000만원으로 10억원 천장을 뚫은 이후 지난 1월(20층)에도 10억1500만원으로 1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계동은 학군이 우수하고 학원가가 잘 형성돼 있어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그동안 노·도·강과 금·관·구 지역은 주로 서울 도심에 밀집한 업무지역들과 거리가 멀고 교통 인프라도 부족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평가됐었다. 그러나 12·16 대책 이후 비강남권 가운데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이들 지역이 주목을 받으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규제로 인한 '2차 풍선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규정 NH 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지금 시장에 나온 유동성 자금이 갈 곳을 잃으면서 부동산에 나올 수는 있다. 특히 강남 지역 투자가 막히면서 개발호재가 있는 수도권 비규제 지역에서 단타성 투기로 발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9억원 미만 주택에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예전에 '이런 악재에 투자해두면 오르더라'라는 식의 학습효과가 있는 개인은 개발호재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한국감정원의 '2월 4주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강남권은 줄곧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강북·강동 지역은 상승세를 보였다. 

강북 14개구(0.05%)는 소형·저가 및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하고 있다. 강북구(0.09%)는 경전철 착수 이슈가 있는 미아·번동 위주로, 노원구(0.09%)는 상계·월계동 위주로, 도봉구(0.08%)는 창동역 준신축 위주로 상승했다. 광진구(0.00%)는 관망세가 지속되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강동(0.02%)도 중소형 단지 위주로 상승 전환했으며, 구로구(0.08%)도 가격메리트가 있다고 평가되는 개봉과 고척동 위주로 상승했다. 하지만 양천구(-0.02%)는 재건축·고가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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