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전 연이은 검찰총장 지방행··관행인가? 정치행위인가?

2020-02-24 16:29
선거 직전 1~2주 간격 연속으로 지방방문 사례는 없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방 순시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선을 2달도 채 남기지 않고 지방 고등검찰청을 찾는 것 자체가 정치행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산지역에서는 미래통합당의 한 후보가 "윤 총장 화이팅!"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총장의 지역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고검·지검, 20일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했다. 이어 이번달 27일쯤 대구고검·지검 방문을 검토 중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단 중단됐다. 검찰 관계자는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보고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분위기만 보면 '코로나19'라는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윤 총장의 방문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강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지고 있는 윤 총장의 지방 순시를 '관례적인 방문'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이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인다. 선거 2~3달 전에 지방을 방문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윤 총장처럼 1~2주 간격으로 부산→광주→대구 등 여러 지역을 연이어 찾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역대 검찰총장의 지역방문은 임기시작 100일이 지난 뒤부터 시작해 매달 1~2곳씩 방문, 임기 종료 3~4달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지방을 찾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혹여 선거에 영향을 주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 지역방문을 한 사례도 2000년 이후 거의 없다. DJ정부 당시 박순용 검찰총장은 선거 2달 전 수원지검을 방문했다. 하지만 박 전 총장의 지방방문은 총선이 끝난 2000년 5월 전주지검을 시작으로 11월에 대구지검을 방문하는 등 대부분 선거를 피해 일정이 짜여졌다. 

참여정부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은 2003년 11~12월에 대구지검, 전주지검, 군산지청 등을 순시했다. 그리고 총선이 끝나고 2달이 지난 뒤에 나머지 지방을 방문했다. 2004년 4월 15일 치러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는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인해 검찰로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시기이기도 했다. 

MB정권 검찰총장을 지낸 한상대 검찰총장은 2011년 12월 11일 광주 지방순시를 다녀왔다. 당시 한 총장은 김학의 광주고검장, 주철현 광주지검장, 순천, 목포, 해남, 장흥지청의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명과 함께 4시간 가량 코스로 월출산을 등반했다.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을 탈피하겠다는 한 전 총장의 생각이 반영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경우 2018년 4월, 지방선거 2달 전에 대구지검을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임자들과 같이 한달에 한두곳을 나눠 들르는 수준이었다. 검찰의 조폭식 조직문화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던 문 전 총장의 지방순시는 매우 조용했고 직원도열 등 권위적인 의식을 없앴기 때문에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도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취소한 이후에도 윤석열 총장이 광주지검 방문을 강행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광주지검장이 윤 총장의 측근이자 '호위무사'라는 점에서 숨은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앞서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석상에서 비난한 바 있다. 

문 지검장은 지난 10일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총장 지시를 거부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성윤 지검장을 공개 저격한 바 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할 것을 윤 총장이 지시했는데도, 이 지검장이 결재하지 않고 버텼던 것을 문제 삼은 발언이었다.

사실이 알려지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어떤 의도로 어필하기 위해 그런 건지 모르지만,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