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소비가 움츠러들며 항공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임직원 급여 삭감, 근무시간 단축, 휴직 신청 등을 실시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사태 장기화를 우려한 항공사들은 신입사원 채용일정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한·중 노선 운항 횟수는 약 77% 감소했고, 여행업계도 이달 들어 신규예약이 80∼90% 줄었다. 이달 1∼10일 여객 감소는 전년 동기 대비 중국 -64.2%, 동남아 -19.9%로, 동남아 주요노선까지 여객 수요 위축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 뿐만 아니라 국내 하늘길도 닫히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대구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을 감축하기로 했다. 

채용문도 굳게 닫혔다. 중국 노선 대다수 운항이 중단되면서 유휴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객실승무원 및 일반직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통 늦어도 5월에는 채용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채용을 보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고려해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채용계획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을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항공사들은 일제히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8일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진이 사표를 제출했고, 직원 무급휴가는 핵심인력인 조종사 객실승무원까지 확대됐다.

저비용항공사(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무급휴가 범위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경영진은 임금을 최소 30% 이상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10월 3개월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한 데 이어 12월에는 15년 이상 근속한 40세 이상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도 희망·단기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항공사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매출 급감·환불 급증 등으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항공사에 대해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LCC에 대해 최대 3000억원 내에서 부족한 유동성을 적시에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산업이 올해 35조원대의 매출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항공사들의 올해 매출이 293억 달러(약 35조3000억원)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IATA는 올해 세계 항공 여객 수요 전망치를 4.1% 증가로 제시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를 0.6% 감소로 수정한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닌 해외 항공사들도 당장 다음달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가 코로나19 불황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