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만난 文 대통령 “영화산업 확실히 지원…간섭은 절대 안 해”(종합)

2020-02-20 16:37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 20여명 靑 초청 오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을 만나 “영화 산업 육성을 위해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생충’팀과의 오찬에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빗댄 문 대통령의 말에 좌중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오찬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제작진 12명과 송강호·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씨 등 출연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충무전실에서 제작진 및 출연진과 인사하고 환담한 뒤 오찬장인 인왕실로 자리를 옮겨 인사말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거둔 성과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직까지 문화·예술산업 분야가 저변이 풍부하다거나 두텁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에 투영된 빈부와 계층 심화 문제에 동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깊이 공감을 한다”면서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를 우리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게 반대도 많이 있고 또 속 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봉 감독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보여준 노동 존중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과 제작사가 솔선수범해 영화 제작 현장에서 표준근로(표준 근로계약) 시간제, 주 52시간 등을 준수해 주신 점에 경의를 표한다”며 “제도화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스크린 상한제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유통구조에서도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한마디로 영화 산업의 융성을 위해서 영화 아카데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린다거나 하여튼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찬에는 영화에서 빈부 격차의 상징으로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서 함께 끓인 요리)가 식탁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아내가 봉 감독을 비롯한 여러분께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작년 칸부터 아카데미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그는 7분여간 이어진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바로 옆에서 대통령께서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농담을 건넸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씨나 모두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언급을 거쳐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 분량이다.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씨는 “(제작진과 배우가) 모두 모인 게 오랜만이다.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 게 특별하다”며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날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의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보드 북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에게 “아내가 특별한 팬이다“라고 김 여사를 소개했고, 제시카 역을 맡은 박소담씨에게는 “제시카 송 가사를 누가 지어준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