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대학생 기자가 현장에서 본 '기생충' 여정의 끝

2020-02-29 00:01

 

[사진= 김호이 기자/ 영화 기생충의 여정을 마무리한 배우와 감독들]

지난 19일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과 제작사 바른손 이앤엔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기생충 영웅들이 총출동했다. 서울 중구 웨스턴 호텔에서 기생충 여정의 끝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며 “기생충 밖 현실로 돌아간다”고 알린 것이다. 이곳은 지난해 4월22일 제작보고회를 연 곳이기도 하다. 기생충 팀에게는 여러 가지로 뜻깊은 장소인 셈이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매체당 영상 1명, 사진 1명, 취재 1명 등의 인원 제한이 있었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KFMA) 영화행사출입매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KFMA 미등록 매체들도 입장이 불가했다. 큰 관심을 받은 영화인 만큼 많은 기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였다. 여러 가지 참가 제약이 있었지만 대학생 기자라는 타이틀을 무기로 다른 매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까스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기자회견에 발을 들였다. 
 

[사진= 김호이 기자/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후 프레스 스티커와 해외영화제 초청 및 수상 기록이 정리된 자료집을 받아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기생충 팀의 인기를 실감하듯 국내외 200여개 매체에서 5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참석해 영화 '기생충'의 여정의 끝을 함께 했다. 자리가 빈틈없이 채워졌다. 늦게 온 기자들은 현장 스태프와 빈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기도 했다. 결국 추가 좌석이 마련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진= 김호이 기자/프레스 스티커와 해외영화제 초청 및 수상 기록이 정리된 자료집]

기자회견은 MC 박경림의 사회로 진행됐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총 12명의 기생충 영웅들이 입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케 하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뒤편에서 영상을 찍던 영상 기자들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화면에 잡히는 기자들을 향해 "앞에 앉아“라며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사진= 김호이 기자/ 봉준호 감독]

참석한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은 봉준호 감독은 제일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으며 지난해 4월 22일 열렸던 제작보고회를 언급했다. 봉 감독은 “여기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가 거의 일년이 되어가려고 한다"며 "그만큼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또 다시 여기로 오게 돼서 기쁘고 이른 시간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기분이 묘하다”고 심정을 나타냈다.

이어 봉 감독과 긴 시간 동안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 했던 송강호는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다.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6개월간 영광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서 여러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이 각자의 소감을 전하자 함께 했던 배우와 감독들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진= 김호이 기자]

배우 이선균은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가 황금종려상으로 마무리 됐다면, 올해는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는 듯하다”며 “시의적절한 순간에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이 마무리 되는 것 같다. 오늘의 결과가 일시적 관심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생충 신드롬 이후 봉준호 감독은 물론 출연진과 스태프들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쏟아진 만큼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에서 기생충의 배우들과 감독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봉 감독은 차기작 준비에 대해 "이미 <옥자> 때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는데 <기생충>을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까지 긁어모았다"며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 말대로 조금만 쉬었다가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호이 기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환한 미소를 모이며 퇴장하는 영화 '기생충' 주역들]

이날 기자회견에 배우 최우식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 역시 차기작 촬영 일정과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배우 송강호의 장남인 ‘기우’ 역할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도 나왔다. 

배우 장혜진이 “할리우드에서 출연 제의가 온다면 ‘오브 코스, 와이 낫~ 아임 레디(Of course, why not? I’m ready)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재치 있게 답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송강호도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촬영이 작년 1월 말이었다. 13개월째 아무런 일이 없이 지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끝나고 마이크가 기자들에게 주어지자 질문 경쟁이 시작됐다.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 선 기생충 팀은 들뜬 모습을 보이면서도 끊이지 않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하게 답변을 했다. 특히 전 세계의 관심을 실감하듯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외신 기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CNN 기자가 질문을 하자 봉준호 감독은 당황하며 “지금 최성재 씨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영어질문을 듣게 되니까 순간적으로 당황했는데 마침 옆에서 통역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재치 있게 말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재 씨는 기생충 팀의 미국 캠페인 과정에서 통역을 맡은 인물로, 영화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간 관계상 모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의 단독 사진촬영과 전체 포토타임을 끝으로 기자회견이 마무리되기까지 무대를 내려오는 배우와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작년 5월 칸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사가 있다 보니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영화자체가 기억됐으면 한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한 시간 여간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기생충’의 여정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패키지 여행을 마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편 기생충은 2019년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5월 30일 곧바로 국내 개봉해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같은 해 10월 11일에는 배급사인 네온(NEON)을 통해 북미에서 정식 개봉했다.

이후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제72회 미국 작가조합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대망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을 휩쓸며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계에도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