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③] 독신세 NO...정부, '4인 가구' 기준 바꾼다

2020-02-20 06:43
올해 상반기 1인 가구 관련 대책 발표....범정부 TF 가동
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검토...취약·고위험 가구 대책도 고려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유형이 됐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정책 배려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제서야 1인 가구 확대에 발맞추겠다며 올해 상반기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정책과 세법이 4인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혼자 사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1인 가구는 주택 마련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꾸준하게 돈을 부어도 당첨될 확률이 낮다. 현행 제도는 부양가족 수에 따라 청약 가점이 반영돼 1인 가구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또 혼자 사는 무주택자보다 이미 집이 있더라도 결혼해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주택청약제도는 실수요자에게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인데, 1인 가구는 배제되고 있다는 셈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연말정산제도에서도 소외돼 있다. 소득공제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항목은 부양가족 인적공제다. 1인 가구는 이를 전혀 못 받는 상태에서 아무리 저축을 해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로 돼 있다.

상황이 이렇자 '독신세'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내놓은 대부분의 정책은 결혼이나 출산을 장려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똑같이 납세의 의무를 다하더라도 결혼 생활을 하지 않는 1인 가구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요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혼자 사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35.9%는 월 200만원 미만 소득자다. 나홀로 사는 1인 가구가 크게 늘었지만 소득 수준이나 삶의 만족도는 낮다는 의미다.

또 은퇴 준비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KB금융의 '골든라이프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가 예상하는 은퇴 나이는 61.3세로, 전체 가구 평균(64.9세)보다 3.6년이나 빠르다. 은퇴 준비를 위해 월 123만원은 모아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저축액은 월 70만원에 그쳤다.

1인 가구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1인 가구를 위한 종합 정책 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주거 정책이나 사회복지정책은 4인 가구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정책에 변화를 줄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따라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대책을 포함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소형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 면적은 1인 18㎡(약 5.5평), 1~2인 26㎡(약 7.9평) 등이다. 

미혼·비혼 등으로 혼자 사는 젊은층 뿐 아니라 취약·고위험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방안도 고민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세대별 비중은 2017년에는 30대가 17.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오는 2047년엔 70대 1인 가구가 21.8%로 가장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1인 가구 관련 대책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범부처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1인 가구 특성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