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코로나19 쇼크에 올해 성장률도 '최악' 전망

2020-02-19 11:17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제성장률 -1.2% 전망...코로나19 등 삼중고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해 홍콩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세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홍콩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2%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홍콩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치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해당 설문조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진행됐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1~2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면서 홍콩 경제는 오는 4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2019년 홍콩 GDP 추이 [자료=홍콩 통계청]

지난해 홍콩 경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홍콩 국내총생산(GDP)은 10년 만에 역성장했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진 여파 때문이다.

올해엔 홍콩 경제는 대규모 시위와 무역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본토인들의 방문이 중단되면서 소비 중심으로 버텨온 경제가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은 과거 사스 종식 후 본토인들의 방문이 재개되며 경제가 빠르게 회복했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가 좋지 못한 데다 홍콩의 반중국 정서가 본토인들의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홍콩은 코로나19 발병 이전 매달 본토에서 평균 500만명이 방문, 전체 관광객의 70~80%를 차지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인 2월 들어서는 본토인을 포함한 전체 관광객 방문이 일일 3000명 이하로 하락,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9% 폭락했다.

둥천 픽테트자산운용 아시아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홍콩 경제는 회복이 더딜 것"이라면서 "세계 경제와 홍콩의 국내 정치 환경이 모두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연합뉴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소비 진작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전날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구제기금을 종전에 약속한 250억 홍콩달러(약 3조8325억원)에서 280억 홍콩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람 장관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국민과 기업을 지원하고자 이달 예산에서 250억 홍콩달러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저소득층 가구에는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하고 학생이나 병원 등에 대한 지원을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돌파하고 확진자는 7만4000명을 넘어섰다. 중국 본토 이외 코로나19 확진자는 홍콩이 62명(퇴원 4명, 사망 1명), 마카오 10명(퇴원 5명), 대만 22명(퇴원 2명, 사망 1명)이다. 19일까지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31개 성(省)급 지역의 추가 확진자 수는 15일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진원지인 후베이성을 봉쇄하고, 각 지역내에서 이동을 통제하는 등 당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신규 사망자가 세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