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전환 배치 VS 정상 인사"…홈플러스 노사, 정기 인사 두고 '입장 차'

2020-02-18 16:00
노조 측 "정기 인사 빌미로 대규모 구조조정 본격화 우려"
홈플러스 측 "정상적 인사 단행했을 뿐…과정에도 문제없어"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강제 전배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경영진을 성토하고 있다. [사진=김충범 기자]

홈플러스 노사가 지난 16일 정기 인사 문제를 두고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반면, 홈플러스 측은 정상적 인사라며 반박하고 있어 향후 노사 간 난항이 예고된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이하 홈플러스지부)는 1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강제 전배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홈플러스지부가 반발하게 된 것은 지난 16일자 정기 인사 발령과 관련이 있다. 홈플러스는 매월 1일과 16일 정기 인사를 실시한다. 다만 이번 인사 규모가 평시 대비 컸고, 마트직원 150여명 중 52명을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좋지 못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에 배치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특히 홈플러스지부 측은 당사자들의 거부와 노조 항의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점 조합원 1명, 경기 시화점 조합원 1명 등 2명의 조합원을 홈플러스 익스플레스 매장에 강제 발령하면서 이 같은 강제 철회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강제 전환 배치가 사실상 고강도 구조조정의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10년 넘게 일한 노동자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하루아침에 매장에서 쫒아내냐"며 "이번 강제 발령은 납득할만한 근거도 없고 당사자들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폭력적 발령"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강제 발령은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실적 부진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라며 "실적 부진에 대해 경영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이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며 2만명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 경영진은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스페셜 매장은 목표보다 저조한 성과에 허덕이고 있고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쳤던 리츠 설립은 망신만 당한 채 물거품이 됐다"며 "현 경영진은 이 같은 경영 실패와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경영진이 사업 실패를 노조 측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홈플러스지부는 강제 전배를 철회하는 것과 동시에 당사자 2명을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측은 정상적인 인사를 단행했을 뿐이며 과정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인사를 진행했는데 노조 측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해 당황스럽다"며 "이번 인사는 일반 기업이 정기적 시점마다 직원을 새로운 부서에 재배치하는 것과 같은 순환 근무 개념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 "10년 넘게 오직 한 점포, 한 부서에서만 근무한 직원을 타 점포로 전환 배치한 것이 과연 부당한 처사인가"라고 반문하며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은 줄고, 온라인, 가까운 슈퍼마켓을 찾고 있는 고객은 늘고 있다. 대형마트 인력을 슈퍼마켓으로 배치하는 것은 정당한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홈플러스는 인사 대상자와도 3회 면담을 실시한 다음 노조에서 제시한 절차를 밟아 인사를 진행했다"며 "특히 이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배치됐다고 해서 처우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이 강제 전배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