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 손녀들...“할아버지, 옛 전우들 늘 만나고 싶어 했어요”

2020-02-16 16:35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 손녀들이 화천 참전용사를 방문했다. [사진=화천군 제공]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 손녀들이 강원 화천군에서 할아버지의 옛 전우들을 만나 뜻깊은 감동을 선물했다.

16일 강원 화천군에 따르면 화천산천어축제장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점에서 근무 중인 라헬(여·23), 마흐렛(여·29), 렐레나(여·24)양은 지난 15일 6.25 참전유공자회 화천군지회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모두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손녀다. 또 화천군의 장학사업 수혜자이기도 하다. 이날 만남은 이들이 할아버지와 같은 전장에서 피를 흘린 참전용사들을 만나기 위해 화천군에 부탁해 성사됐다.

김상형(88) 6.25 참전유공자회 화천군지회장은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며 이들을 맞았다.

김 회장은 “에티오피아 군인들과 함께 적근산에서 싸웠다. 정말 용감한 군인들이었다. 지금도 멀리 타국까지 와 대한민국을 위해 피 흘려준 그들에게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 아이들이 전우들의 손녀라고 생각하니, 잘 커 줘서 고맙다는 마음부터 든다”며 “화천군이 장학금을 후원한다고 하는데, 꼭 나라에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방문한 참전용사 후손 3명의 조부는 이미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생전에 손녀들에게 자주 “기회가 된다면, 꼭 옛 전우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헬과 마흐렛, 렐레나 양은 산천어축제장에서 노병들에게 할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를 대접했다.

라헬 양은 “화천의 할아버지들께서 꼭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유일의 참전국으로 6.25 전쟁 당시 황실근위대 6,037명을 파병해 658명의 사상사를 내며 화천 적근산 전투 등에서 253전 253승을 올렸다.

화천군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2009년부터 이들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308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돼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