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손실 돌려막기·투자자 기망··· 위법행위 다수 포착

2020-02-14 15:58

[표=금융감독원]



대규모 환매 연기로 파문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비정상적 구조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부실 은폐 등 총제적 문제점이 발견됐다. 펀드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펀드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다른 운용사의 펀드를 이용해 임직원들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도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운용 과정에서 불건전 사례 다수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환매가 연기된 라임자산운용의 4개 모(母)펀드와 173개 자(子)펀드에 대한 검사 결과 비정상적 펀드 구조에 따른 유동성 위험과 내부통제의 미비로 인한 위법행위가 대규모 환매 사태를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운용은 유동성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과도한 수익추구를 목적으로 만기가 불일치하는 상품 구조를 택해 펀드를 운용했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장기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단기 폐쇄형 구조를 채택해 스스로 유동성 위험을 야기했다. 또한 운용 과정에서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등 레버리지를 일으켜 손실 규모도 키웠다.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내부통제의 미비와 독단적 의사결정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정 펀드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펀드 자금을 활용해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행위가 수차례 반복됐다. A펀드가 투자한 코스닥 법인 전환사채(CB)에서 손실이 예상되자, B펀드를 통해 해당 회사의 사모사채를 인수, 그 자금으로 부실 CB를 매수하는 방식이었다.

이외에도 C펀드가 다른 운용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펀드투자자나 판매처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지고 운용된 펀드)'에 가입하고, OEM펀드가 라임의 D펀드 자산을 매입하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경우도 발견됐다. 나아가 일부 임직원들은 자금 운용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임직원 전용 펀드를 운용해 수백억대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실 위험 알고도 은폐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운용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부실 사실을 은폐하고 고객들에게 해당 펀드를 지속적으로 판매한 정황이 포착됐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TRS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와 공모한 흔적도 발견됐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2018년 6월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IIG 펀드에서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나 11월까지 해당 펀드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해 인위적으로 기준가를 산정했다.

2018년 11월 IIG펀드의 청산 절차가 개시된 후엔 구조 변경을 통해 정상 펀드로 부실을 전가했다. 부실이 발생한 IIG 펀드와 기타 정상 운용되던 해외 무역금융펀드 5개를 합해 모자(母子)형 구조로 1차 변경한 것이다. IIG펀드에 투자하던 G펀드와, BAF펀드에 투자하는 F펀드를 합친 뒤 플루토 TF-1호 펀드를 경유해 각각 IIG펀드와 BAF 펀드에 각각 투자하는 식으로 펀드 구조를 변경했다.

이후 2019년 1월 라임과 신한금투는 IIG 펀드 투자금액의 50% 수준인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더해 비슷한 시기 정상적으로 운용되던 BAF 펀드도 환매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전환됐다. 이를 숨기기 위해 2차 구조화 작업이 진행됐다.

케이먼제도 소재 SPC에 장부가로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처분하고 약속어음을 수취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및 투자자를 기망하여 부당하게 판매하거나 운용보수 등의 이익을 취득한 특경법상 사기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3월부터 합동조사단 조사 착수

금감원은 실사결과 등을 토대로 오는 3월까지 구체적인 환매 및 관리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라임운용은 판매사 등의 추천을 받아 이를 총괄하는 전문관리인과 함께 준법감시인을 신규 선임한 상태이며 금감원도 2인 내외의 상주 검사반을 파견해 환매와 관리계획, 내부통제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 중이다.

분쟁조정 절차의 경우, 복잡한 펀드 구조와 다수의 불법행위 정황 등을 고려해 개별 사안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방침이다. 다만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신속한 분쟁조정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분쟁조정2국과 민원분쟁조사실, 각 권역 검사국이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3월 초부터 불법사실 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조사에 착수한다. 이후 4~5월에는 법률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한다. 사기 및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혹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장조사에 기초해 향후 추가적인 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특정 지점에서 라임 펀드가 대규모로 판매된 경우에 대해서는 특수성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한다. 권한의 한계로 사실 규명이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해 대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