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명’에게 ‘모르는 사람’ 이야기를 한 것은 명예훼손 아냐”

2020-02-16 15:59

둘만 있을 때 사적인 내용으로 모르는 사람 이야기를 한 것은 공연성 인정이 안 돼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A씨에 대해 업무 전임자 B씨의 부인과 아들을 명예훼손 했다며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해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면서 “다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에 대해 사적인 내용을 말했다”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발언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는 두 명에게 대여금채권을 가지고 있는 C씨의 재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A씨는 B씨가 고인이 되자 B씨의 업무를 이어받았다.

2013년 11~12월 쯤 A씨는 C씨에게 채권이 있는 두 명에게 개인적인 공간에서 따로 “B씨의 부인과 아들이 재산문제로 다퉜다”, “B씨의 부인이 B씨와 이혼했으며 간호도 안하고 치료도 못받게 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개별적으로 한명에게만 말을 했더라도 들은 사람이 비밀을 지킬 의무가 없어 불특정 혹은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된다”며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발언 경위와 상황, 발언 의도, 발언을 들은 상대방의 태도, 행위자․피해자․상대방 상호간의 관계, 발언의 내용 등을 종합해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