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②르포-"신분당선? 재탕 공약" vs "떠밀려 나온 사람 NO"

2020-02-13 07:30
창신동, '反황교안' 분위기..."문재인 정부 비판만"
평창동, '안전한 삶' 욕구..."정권교체 못하면 생지옥"

“‘정치 1번지’ 종로요? 그런 건 관심 없어요. 우리 지역에서 더 열심히 할 사람한테 투표할 겁니다.”

21대 4·15 국회의원 선거를 64일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만난 최민호(35)씨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거물 정치인의 맞대결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 이날 종로구 창신동, 평창동 일대에서 만난 종로구 주민들은 ‘유력 대선주자 2인방’ 이낙연 전 국무총리·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한판 승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보단 실제 ‘종로 발전에 도움이 될 사람’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종로구에서도 지역별로 민심은 조금씩 엇갈렸다.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창신동에서는 ‘반(反)황교안’ 기류가 감지됐다.

낙산공원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 중인 황모씨(80)는 창신동에서만 30년째라고 밝히며 “황교안은 떠밀려서 온 느낌이고, 이낙연은 선택해서 온 느낌”이라며 “선택해서 온 사람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최근 논란이 됐던 황 대표의 설화(舌禍)도 언급했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은 ‘무슨 사태’라고 표현한 사람은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베트남 파병용사 출신으로 창신동에 거주 중인 김모씨(70)는 “황교안이 성균관대를 나왔다면서 이 동네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비판만 하는데 종로에서 어떻게 일을 잘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사진=신승훈 기자]

창신동 주민들은 이 전 총리가 최근 발표한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 2007년 창신·숭인동 지역은 뉴타운지구로 지정됐지만, 주민 갈등 및 사업진행 저조 등으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전 총리가 내세운 도시재생사업 공약 실제 이뤄질 경우 땅값 상승은 물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창신동은 호남 출신이 주를 이뤄 ‘진보색’이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 투표에서도 이런 흐름은 증명됐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무총리는 창신동에서 6575표를 얻은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3995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반면, 광화문 기준 북쪽, 평창동은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불리며 영남 출신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보수색’이 강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종로구 대부분 투표구에서 정 총리가 오 전 시장을 눌렀지만, 평창동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했다.

평창동 후창공원에서 만난 경북 경주 출신의 김모씨(68)는 “인물 자체로는 다 똑똑하고 좋다”면서 “너무 왼쪽으로 가니깐 경제가 흔들려서 싫다는 거지 누가 하면 어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리가 발표한 종로 1호 공약인 ‘신분당선 연장(용산-고양 삼송)’ 추진을 비판했다. 그는 “전철 놔준다는 얘기를 안 한 정치인은 없었다”면서 “정세균 총리는 얼마나 더 그걸 약속했는데”라며 신분당선 연장 가능성을 낮게 봤다.

서울 출생의 ‘평창동 토박이’인 이모씨(80)는 ‘안전한 삶’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그는 “북한에서 맨날 미사일을 날린다고 한다. 나는 괜찮은데 젊은 애들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저 정치 잘해줘서 북한 위협받지 않고 살게 해주면 좋다”면서 “이때까지 안 먹고 안 쓰고 살아가면서 쌓아놓은 것만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에 평창동으로 이사 온 허모씨(28)는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허씨는 “이번 선거에서 무조건 황교안을 뽑을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못 하면 다음번에는 ‘생지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낙연이 당선되면 대항마가 없어서 사실상 대통령 확정”이라며 “경제가 박살 났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사진=신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