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압박… “불법 통신망 접근 증거 갖고 있다”

2020-02-12 10:40
WSJ 미국 당국자 인용 “화웨이, 백도어 정보 수집 능력 보유"
"英·獨에 이미 '백도어 논란' 첩보 전달...화웨이는 반박"

미국이 세계 최대 통신기업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화웨이가 전세계 휴대전 네트워크를 통한 ‘백도어 정보 수집’ 기술을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화웨이가 은밀하게 전세계 휴대전화 네트워크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10년째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가진 통신사는 전세계 화웨이가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통상 통신장비 업체들은 이동통신사들에 안테나, 기지국 등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판매하는데, 이하드웨어에는 인증없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백도어’가 마련된다. 일부 사건 수사 등의 합법적인 목적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 장비 제조업체는 통신사의 동의 없이 이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장비를 제작해야만 한다. 그러나 화웨이는 통신사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네트워크에 은밀이 접속이 가능한 장비를 만들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다만 화웨이가 어디서 접근 가능한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당초 미국은 이 같은 사실을 주장하며 화웨이를 압박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나 관련 정보를 동맹국과 공유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극비로 부치던 이런 사실을 지난해 말 영국과 독일 등 동맹국과 공유했으며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셈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화웨이가 전 세계에 판매하고 관리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스템에 민감한 개인정보에 은밀히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미국에 압박에도 영국은 최근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인프라 구축에서 민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화웨이의 시장진출을 허용했다. 영국측은 WSJ에 “화웨이에 대해 미국이 제시한 증거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며 “우리의 결정에는 이런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화웨이도 미국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고객의 네트워크와 데이터 보안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결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구체적인 증거와 근거가 없는 비난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