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發 ‘주 52시간’ 예외] 특별연장근로 경영상 사유 확대 후 논란......업무량 급증 등 입증 과제
2020-02-12 06:53
경영상 사유 객관적 기준 없어...인가 기준 모호
고용부 “특별연장근로 사례들 분석 후 판단”
고용부 “특별연장근로 사례들 분석 후 판단”
업무량 급증, 금전적 손실 등 경영상 사유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다는 정부 발표 후 관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업무량이 얼마나 늘어야 하는지,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다 발생한 영업 손실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 등 신청 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객관적인 기준을 내놓지 못 한 채 관련 사례들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부터 감염병 등 사회적 재난뿐 아니라 업무량 폭증 등으로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사업장은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마스크 제조업체, 대규모 리콜 사태로 자동차 정비 수요가 몰린 서비스센터 등 예상치 못한 일로 업무량이 급증한 기업이 해당된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확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지난 1월 공포했다.
기존 시행규칙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로 제한했다.
개정 규칙은 여기에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수습을 위한 긴급 조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에 대한 대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연구개발(R&D) 등을 추가했다.
주로 재해·재난 대응에 활용해온 특별연장근로를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로 확대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노동자에게 법정 노동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노동자 동의와 고용부 인가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업무량 급증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쓰려면 납기 단축 등으로 업무량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 단기간(최대 4주)에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등 금전적 손실이나 원료 부패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입증해야 한다.
고용부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밝히지는 못 했다. 업무량 급증의 경우 사안별로 기업의 생산량, 매출액, 노동자 수 변동, 납기 조정, 평상시 노동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돌발 상황 수습과 업무량 폭증의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쓰더라도 1년 내 사용 기간이 90일을 넘을 수는 없다. 연구개발로 특별연장근로를 3개월 넘게 쓰려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되면 주 52시간제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노동 제도 '개악'에 반대해 공동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개정 시행규칙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규제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업무량 급증 등에 대해서는)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고용부에 의견서도 제출했다.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가 탄력근로제 개선 입법의 지연에 따른 잠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올해 말까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운용한 이후 제도 효과 및 현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입법 상황을 봐가며 개선 또는 운영 지침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