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노리는 반도체 업계, 신종코로나 변수에 긴장

2020-02-11 15:47
생산 차질 거의 없지만 세트 수요 불확실성이 문제
고객사 안전재고 확보 나서면서 영향 없을 것이란 관측도

반등을 꿈꾸던 반도체 업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중국향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회복 시점 또한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서둘러 안전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당초 예상대로 '상저하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전날부터 중국 내 사업장 정상화에 들어갔다. 현재 중국에는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후공정 공장,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과 충칭 낸드 플래시 공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생산 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대부분은 춘절 연휴에도 최소한의 인력이 배치된 채 24시간 가동됐다. 당시 일부 사업장은 3교대에서 2교대로 근무 체제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 한번 가동을 멈추면 최대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불화수소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무수불산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더 큰 문제는 수요의 불확실성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큰 손인 중국에서의 수요가 크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절 기간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D램의 업황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폰 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더보드와 그래픽 카드 등 PC향 수요 또한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 또한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 D램 현물 가격은 11일 기준 평균 3.4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일 3.48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집계된 D램 고정거래가(DDR4 8Gb 기준)는 2.84달러로, 13개월 만에 반등한 바 있다. 이달 들어 이어지고 있는 현물가의 하락세는 고정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반도체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공급 차질을 우려한 고객사가 미리 재고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트 업체의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데이터센터 고객사 중심으로 안전재고 확보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의 매출은 고정거래 가격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물가 하락의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매출의 절반은 데이터센터 수요에서 나오는 만큼 세트 부문의 수요 감소가 실제 타격이 되기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상저하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개발한 DDR5 D램.[사진=SK하이닉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