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외나무다리서 만난 우즈와 리비에라
2020-02-11 11:09
우즈가 83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리비에라를 만났다.
황제라 불리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14일(한국시간)부터 1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리비에라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위치한 리비에라컨트리클럽(파71/7322야드)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 약 110억4840만원)에 출전한다.
우즈는 캘리포니아주 대회에서 14승을 거뒀다. 라이벌 필 미켈슨(미국)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강한 면모를 보이는 그는 유독 리비에라컨트리클럽(리비에라)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머리카락을 잃은 삼손이자, 크립토나이트를 찬 슈퍼맨처럼 말이다.
우즈에게 리비에라는 특별한 곳이다. 이 골프장은 28년 전인 199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PGA투어에 처음 출전해 이름을 알린 곳이자, 어린 시절 살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96년 PGA투어에 데뷔한 우즈는 24년 동안 리비에라와 악연을 이어갔다. 3퍼트를 빈번하게 했다. 샷감도 뒤틀렸다. 과연 우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가장 좋은 성적은 1999년 니산오픈(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전신) 2위. 2003년과 2005년 톱10에 안착한 우즈는 2006년을 마지막으로 빈번히 사냥에 실패한 리비에라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플랜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는 그에게는 우승 확률이 낮은 황무지(荒蕪地)로 낙인이 찍힌 것.
우즈는 난도 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마스터스토너먼트 개최지)에서 그린 재킷(우승자의 특권)을 5번 입었다. 반면, 비슷한 난도의 리비에라에서는 무관에 그쳤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골프 미스터리’라 속닥거렸다.
12년 동안 리비에라로 돌아오지 않던 우즈는 2018년 제네시스오픈(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전신)에 출전했다. 우승을 위해 돌아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타이거우즈재단이 운영을 맡았기에 출전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1라운드 1오버파 72타를 친 그는 2라운드 5오버파 76타로 커트라인에 걸려 탈락했다. 우즈는 이 시즌을 통틀어 두 번 탈락했다. 다른 대회가 어렵기로 소문난 US오픈이라 제네시스오픈 탈락이 묘함을 더했다.
지난해 우즈는 제네시스오픈에서 공동 15위에 올랐다. 또다시 우승을 놓친 그는 리비에라에 대해 “골프장을 좋아하고, 레이아웃도 좋아한다. 하지만, 끔찍한 경기를 펼쳤다”며 “아주 간단하다. 그냥 이상한 것 중 하나다. 그냥 잘 못 쳤다”고 돌아봤다.
우즈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조조챔피언십 우승으로 PGA투어 최다승 타이기록(82승)을 세웠다. 전설 샘 스니드(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만족할 그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유아독존(唯我獨尊)을 원한다.
우즈는 83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에서 악연이 깊은 리비에라를 만났다. 제네시스오픈은 올해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로 한 단계 격상됐다. 격상과 함께 많은 변화가 생겼다. 출전 선수는 23명이 준 121명으로 제한됐다. 총상금은 930만 달러로 190만 달러(약 22억5055만원)가 증액됐다. 우승 혜택도 PGA투어 출전 보장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됐다.
소문난 잔치에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브룩스 켑카(미국)를 포함해 세계남자골프랭킹(OWGR) 톱10 중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2018~2019시즌 PGA투어 신인상 수상자인 임성재(22)를 포함해 이경훈(29), 강성훈(33)과 후원사 추천 선수 문경준(37)이 출전한다.
판이 깔렸다. 제대로 된 시작이다. 클라이맥스를 아는 우즈가 이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최다승인 83승이 걸렸다. 리비에라와의 악연을 끊을 좋은 기회다. 도쿄올림픽도 코앞이다. OWGR 8위인 그는 미국 선수 중 6위라 우승이 간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