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 부회장, 기생충 숨은 조력자 역할 톡톡

2020-02-10 17:08

이미경 CJ 부회장[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역사를 한국영화 ‘기생충’이 새로 썼다. CJ그룹이 25년간 투자한 문화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미경 CJ 부회장(62)은 책임 프로듀서(CP) 자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과 동생인 CJ그룹 이재현 회장(59)은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타의에 의해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에서 체류해왔다. 다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주력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활동을 놓지 않았다.

이번 ‘기생충’의 수상 행진에도 이 부회장의 숨은 조력이 뒷받침했다.

봉준호 감독의 재능을 알아본 이 부회장은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투자를 했다. 특히 ‘설국열차’는 기획 단계부터 전 세계 상영을 염두에 두고, 무려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다. CJ의 전격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어려웠을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평가 받는다.

이 부회장은 영화계에서 영향력 있는 입지를 만들기 위해 인맥을 넓히는 데도 힘썼다.

그는 2017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AMPAS가 주관한다. 이른바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카데미상도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지난달 미국의 경제 매거진 포천은 ‘기생충’과 이 부회장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영화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는 한국 최대 재벌가의 일원인 미키 리(이 부회장의 영어 이름)”라며 “미키 리는 특히 영화인을 비롯한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재현 회장도 언급했다. 그는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며 “영화 제작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 회장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