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공장 재가동...선박·항공으로 부품 수급

2020-02-10 19:38
-해운·항공 운송으로 '와이어링 하니스' 모시기
-일부 물량 공급 됐지만, 안심하기는 일러...업계 "추이 지켜볼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멈춰 섰던 현대·기아자동차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간다. 국내 수입품의 87%를 차지하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를 선박과 항공편을 통해 긴급 공수받으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현지 공장의 인력과 수급 능력에 한계가 있고, 향후 추가 발병자가 나올 경우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지 업체들은 공장에 열 감지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공급하는 등 추가 변수를 막기 위한 방역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부품업체인 티에이치엔(THN)은 이날 오전 중국 칭다오에서 생산한 와이어링 하니스 1차 물량을 인천항을 통해 공급했다. 이어 오전 11시엔 경신 물량이 칭다오에서 평택항으로 입고됐다. 항공으로도 긴급하게 물량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중국 웨이하이공항에서 출발한 THN 생산부품은 낮 12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칭다오공항에서 실은 경신 물량도 오후 7시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산업부, 외교부와 협력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 거점인 산둥성에 일부 공장 생산 재개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 설득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을 허용하면서 충분한 물량은 아니지만 부품을 공급받게 되면서 일단은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도 부품이 한국에 도착하는 대로 관세청의 신속 통관 지원을 통해 당일 통관을 끝내는 한편 곧바로 울산 등 완성차 업체로 배송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11일부터 GV80과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2공장과 K시리즈 등을 만드는 기아차 화성공장 2곳을 먼저 가동할 계획이다. 대기 물량이 몰린 모델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을 시작해 수급 조절에 나선다. 

이에 따라 GV80을 비롯해 펠리세이드, 그랜저 등 고객들의 주문량이 밀려 있는 차량들도 속속 출고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노사가 협의해 이번 생산 차질 물량을 특별연장근로 등으로 만회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일부 부품 공급으로 일단 급한불은 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투자 여력이 있는 완성차업체의 경우 와이어링 하니스의 공급망을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동남아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단 부품은 공급받았지만, 향후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공급망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인기 모델의 경우 출고가 늦어져 금전적인 피해 역시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멈춰선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