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지난해 영업익 23.5% 하락…화장품 체질 개선 계속된다

2020-02-11 05:00
IPO 당시 내세운 '1조 클럽' 가입 갈길 멀어
'에이지투웨니스' 등 화장품 사업 부진한 탓
온라인·H&B로 채널 다양화 해외 판로 개척
위생브랜드 강화 등 생활용품 부문 뒷받침

[아주경제 그래픽팀]

애경산업이 지난해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화장품 부문의 역성장으로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생활용품의 꾸준한 성장을 발판으로 화장품 사업 영역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애경산업은 10일 지난해 매출액 7013억원, 영업이익 606억원, 당기순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0.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5%, 28.1% 감소했다. 2018년 기업공개(IPO) 당시 내세웠던 '2020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500억원 달성' 목표에서 다소 멀어진 수치다. 

고성장을 이어온 화장품사업의 부진은 뼈아프다. 지난해 화장품사업은 매출액 3419억원, 영업이익 4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4.5%, -30.8%로 감소했다. 효자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가 이전만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탓이다. 2018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던 중국 수출량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애경산업은 화장품 수출 거의 전량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상당했다. 

[사진=애경산업 제공]

애경산업은 침체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채널 재정비 및 브랜드 투자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단일 브랜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그동안 홈쇼핑과 면세점이 주력 판매 창구였다면 지난해부터 올리브영(헬스앤뷰티스토어·H&B), 온라인 등으로 채널을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도매 채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직거래(온라인)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대표적으로 애경산업은 지난해 티몰 글로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티몰 애경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했다. 그 결과 중국 광군제(光棍节) 당일 티몰 판매가 전년 대비 371% 증가하는 등 중국 매출이 대폭 개선됐다. 덕분에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화장품 매출 14.8%, 영업이익 26.5% 성장해 회복세로 돌아섰다.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해외 신시장 개척도 지속한다. 지난해 애경산업 에이지투웨니스는 태국 방콕,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슬람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단계"라면서 "동남아는 시장 특성상 바로 소비로 이어지는 형태가 아닌 데다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타격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부문은 전체 실적을 방어하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생활용품사업은 지난해 매출 3594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5.3%, 34.4% 성장했다. 기존 생활용품 브랜드들의 브랜드력 강화를 통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특히, 섬유유연제 카테고리에서 신제품 '르샤트라'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는 게 애경산업 측 분석이다. 헤어, 바디 등 퍼스널케어 제품의 수출 성장 역시 매출에 기여했다.

올해는 지난해 4분기에 선보인 위생 전문 브랜드 ‘랩신’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랩신은 지난해 연말 출시하자마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랩신 △3단황사방역마스크(KF94) △손 소독제 V3 새니타이저 겔 △V3 손 소독 티슈 등은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렸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미세먼지나 감염성 질환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있는 만큼 위생 관련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해 하반기 준비 끝에 랩신을 론칭했는데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면서 "랩신이 신생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신규 제품 출시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