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아직 좀 이른데…" 중국 정부 재촉에도 업무 재개 늦추는 기업들

2020-02-10 15:03
10일 일부 기업 업무 재개 속 대형·글로벌 기업들 휴업 연장
알리바바, 폭스바겐, BMW 등... 최소 일주일 더 쉬기로
中 경제 활동 마비 우려 커져... "1분기 성장률 3%대 전망도"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멈췄던 기업들의 조업 재개를 촉구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기업이 업무 복귀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 중단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중국 경제 마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중국 대부분 도시의 기업과 공장들 일부는 중단했던 업무 중단 재개에 나섰다. 앞서 중국 정부는 춘제(春節·음력 설) 공식 연휴를 2일까지 연장했고, 뒤이어 대다수 지방정부들이 공장 가동과 업무 복구를 이보다 일주일 더 늦췄는데, 이 기간이 종료되면서다.

중국 당국도 이 시기에 맞춰 항공업계와 같은 핵심 산업들에 가능한 빠른 업무 재개를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6일 ‘상업 기업의 업무 복귀 및 영업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준비된 기업들은 조속히 조업을 재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여러 도시의 생필품 수요가 늘고 있어, 물품 공급 부족이 엄중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을 다시 가동했고,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도 이날 생산 재개에 나섰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중싱통신(ZTE)도 선전 공장 가동 소식을 알렸으며, 중국 내 일본 주요기업 43%도 이번 주부터 사업을 전면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굳게 닫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인구가 밀집한 주요 대도시 기업들과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들은 오는 16일까지 연장 휴업하기로 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10일 예정됐던 업무 재개 계획을 최소 일주일 늦출 것”이라며 “만약 업무를 재개한 후 직원들이 전염병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또다시 곤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도 공장 가동 중단 시기를 추가로 연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과 BMW,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등이 중국 공장 가동을 일주일 더 늦췄다. 폭스바겐과 BMW는 각각 톈진과 선양공장 재개 시점을 10일에서 17일로 변경했으며, 도요타와 닛산 등도 각각 16일, 14일로 가동 중단 시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당국의 지침에도 조업 재개 연장을 강행하는 것은 대다수 기업들이 아직 신종 코로나 전염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3만5982명이며, 사망자는 908명이다. 이는 전날에 비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062명과 97명 늘어난 것이다.

사망자 수 증가세도 가파르다. 중국에서 첫 사망자가 보고된 것은 지난달 11일이었다. 이후 사망자는 같은 달 30일 하루 40명대에서 이달 2일엔 50명대로 뛰더니 3~4일 60명대, 5~6일 70명대, 7~8일에는 80명대로 증가했고, 이날은 처음으로 90명대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기업활동 중단 시기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날 올해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로 당초 5.8%보다 낮게 하향 조정했다. UBS도 신종 코로나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3%에서 3.8%로 1.5%포인트 낮췄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이언 립킨 교수는 “경제적 필요성과 공중 보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썰렁한 중국 상하이 도심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