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 관련법, 어떻게 달라졌나

2020-02-11 11:04
메르스 이후 쏟아진 감염병 관련 법률 개정안
감염자 정보 공개·음압병실 설치 의무화·검역 강화 등
여전한 구멍...코로나 이후 또다시 발의되는 감염법 개정안

전 세계를 '낙타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는 국내 방역제도의 헛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사스와 신종 플루를 통해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던 법제도들도 민낯을 드러냈다. "법제도가 방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직설적 비판도 쏟아졌다. 

그후 5년··· 당시 '뭇매를 맞았던 법안들이 그후 어떻게 바뀌었을까? 소를 잃은 기억을 거울삼아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의 확산을 막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15년 세계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는 한국에서만 186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당시 확진자의 이동경로, 입원해있는 병원명 공개 등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메르스를 감염병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나 확진자의 정보공개를 강제할 법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압병실 수 부족, 비교적 수월한 입국 절차 등도 문제로 지적되며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후 의료법, 감염병 예방법, 검역법 등 이른바 '메르스법'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법 개정안이 쏟아져 나왔다. 메르스가 국내에 발병한 2015년 5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 국회에 제출된 메르스 관련 법률 개정안만 20건에 달했다.

하지만 '졸속' 개정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국회 법사위가 법안 심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전염병 '시즌'이면 무더기로 법이 발의됐다가 폐기된다며 '실적쌓기 입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전염병의 특성상 법이 아니라 정부의 조치가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럼에도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감염병 관련 법들은 일부 개정돼 왔다. 당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감염병 정보공개에 관한 법의 경우 2015년 6월 25일 '원포인트'로 단 이틀만에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메르스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여야의 공감대에 따른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과거에 비해 더딘 것도 이때 개정된 법안의 영향이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보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2015년 7월 '감염병 예방법'이 개정돼 정부가 감염병 환자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이동 경로, 진료 받고 있는 의료기관명 등을 신속히 공개할 수 있는 근거다.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 환경도 비교적 개선됐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같은 병실에 여러 병상이 밀집돼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까지 감염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게 부족했던 음압병실도 상당히 늘어났다. 

국내외로 감염병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검역법도 개정됐다. 발열 확인뿐 아니라 신고서 접수 등 입국자 검역 단계를 늘렸고 감염병이 발생한 국가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까지 '오염인근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적 장치도 생겼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감염병 환자가 격리에 불응한다거나 의료기관이 여행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 환자를 놓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격리 불응시 벌금을 강화하는 '감염법 예방법' 개정안, 의료기관이 필수적으로 환자의 여행 이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또한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면서 미취학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마스크 등 기본 보호장치를 보급하는 법안도 수정법안으로 발의돼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