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총선 불출마, '보수 통합' 총알탄 됐다…'홍준표·김태호·이정현' 주목, 왜?

2020-02-09 17:11
유승민, 제21대 총선 불출마 전격 선언…"문재인 대통령 폭주 저지하자"
'한국당과 신설 합당' 및 '보수재건 3원칙' 요구…황·유, 이르면 오늘 회동
김형오, 경남 찾아 홍준표 수도권 출마 설득…김태호도 거센 압박받을 듯
유승민 효과, 종로 이어질 땐 이정현 불출마…진보·보수 '일대일' 구도 형성

"유승민 승부수를 주목하라." 보수 통합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최대 변수로 격상했다. 보수 통합의 물꼬를 잡아당긴 것은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4선·대구 동구을) 의원의 전격적인 21대 총선 불출마였다.

유 의원은 9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명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폭주 저지'다. 유 의원은 이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대립하던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겠다고 말했다. '군소 우파의 사분오열'을 막아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얘기다.

유 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파 단일대오를 외침에 따라 보수진영의 통합 논의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 의원은 이르면 이날 회동한다.

보수 대통합 논의 결과에 따라 한국당 중진들도 거센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험지 출마론을 거부하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유승민 효과'가 진보 대 보수의 일대일 구도의 판을 만들어낸다면,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수진 친 유승민…물갈이 명분 쥔 한국당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회견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 섰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깜짝 발표했다. 지난달 바른미래당을 탈당, 새로운보수당을 만든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는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교체하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요구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설 합당'이다. 한국당으로의 흡수 통합이 아닌 '당 대 당 통합'을 원한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개혁적 보수 정당'이다.

앞서 자신이 제안한 보수 재건 3원칙인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보수 △정의로운 사회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보수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인권과 법치라는 민주공화국 헌법 가치를 온전히 지켜내는 보수 등이 핵심이다.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보수진영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황 대표는 유 의원의 총선 불출마에 대해 "어려운, 귀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유 의원과 함께 종로 출마를 선언했던 황 대표를 거론, "보수 진영이 '총선 승리의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의 청사진이 완성될 모양"(신보라 한국당 의원), "유 의원의 불출마만이 (보수진영이 안은) 딜레마적 상황을 해소할 유일한 방안이었다"(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 대표) 등의 반응도 쏟아졌다.

◆거세지는 중진 차출론…이정현 불출마 결단하나

공은 '보수의 형님'인 한국당으로 넘어갔다. 유 의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제안한 '보수 통합 두 조건'에 대해 한국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우파 단일대오의 얼개가 그려진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모교 경기고등학교의 옛 부지인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연합뉴스]


이 중 최대 변수는 개혁적 보수당의 전제조건인 '대폭 물갈이' 여부다. 한국당은 '유승민 승부수'로 대구·경북(TK) 물갈이 명분을 쥐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에 대한 험지 출마론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과 산청·함양·거창·합천에 각각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경남 밀양을 찾아 홍 전 대표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설득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전날 김 위원장이 '강북 험지' 출마 제안 사실을 공개하며 "난 손바닥 위 공깃돌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와 유 의원을 향해 "정치 입문 1년밖에 되지 않았다", "탄핵 때 찬성하고 당을 뛰쳐나간 사람"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유승민 효과'가 4·15 총선 최대 격전지인 종로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친박계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 이후 '최종 완주'를 놓고 고심에 돌입했다. 이 의원은 이번 주 내로 종로 완주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의원은 2014년 전남 순천·곡성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 소속으로 출마, 49.4% 득표율을 올렸다.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완패했지만, 이 의원은 44.5%로 3선 고지에 올랐다.

유 의원에 이어 이 의원까지 보수 단일대오 명분으로 불출마를 택할 경우 '이낙연 대 황교안'의 종로 구도를 시작으로, 전 지역구에 진보와 보수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수진영이 원하는 '황교안 종로 출마·유승민 총선 불출마'의 최상의 시나리오다. 다만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끝내 험지 출마를 거부할 경우 '보수 단일대오' 효과는 반감된다. '보수 통합의 극대화냐, 반쪽 효과냐'는 이번 주 최종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