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7조원’ 정책자금 매년 느는데…‘모세혈관’ 현장 직원 태부족
2020-02-07 08:04
#서울시 한 소상공인지원센터에 근무하는 A씨는 관할 지역 소상공인 업체를 대상으로 생애주기별(창업-성장-재기)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예비창업자와의 면담을 통해 창업 지원 사업을 안내하고, 재기를 꿈꾸는 소상공인의 컨설팅을 돕는다. 이를 위해 A씨는 틈틈이 현장을 찾아 건의·애로사항을 듣고, 정책 반영 여부를 우선 검토한 후, 상부에 보고한다. A씨 관할에 속한 소상공인이 13만명이 넘는 탓에 하루 일정은 분 단위로 빠듯하다.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융자사업이 개시되는 날이면 담당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융자 상담·안내 지원에 매달려야 한다. 융자사업은 통상 매달 2~3주차 때 개시된다. A씨는 “이 시기엔 전국 모든 센터와 본부 직원까지 전사적으로 융자 업무에 투입된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 정책자금을 통해 경영안정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은 담당 업무를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규모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안내하고 집행하며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일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투입되는 정책자금 융자 규모는 6조8900억원에 달한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지원되는 소상공인지원(융자) 규모는 2조3000억원이다. 이는 2018년 2조680억원에서 지난해 2조2125억원으로 1445억원(7%) 증가했고, 올해는 875억원(4%) 늘었다. 보조금은 재작년 3474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소상공인 경기가 위축되는 날이면 업무 피로도는 가중된다. 통상 정책자금이 되기까지는 1~2주일 걸리지만, 대외 변수가 생기는 날에는 3~4주로 늘어난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 동안 소진공에 접수된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피해신고와 지원문의 건수는 총 546건이다. 소상공인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신종 코로나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모두 소진공 지역 센터에 이자율 인하와 융자 지원 기회 확대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관련 소진공의 추가 금융지원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가 잦아들지 않으면 피해 소상공인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순 인력 증원이 아닌, 정책자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철저한 사후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원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이들 기관은 정책자금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사람을 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오히려 불량채권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에 따른 전문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