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추가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지목…업계 "조사 잘못돼"

2020-02-06 17:11
정부 조사단 "추가 발생한 5건 중 4건 화재 원인은 배터리"
LG화학·삼성SDI "배터리는 직접적인 화재 원인 아니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인 문이연 한국전기공사이사(오른쪽)와 공동단장인 김재철 숭실대학교 교수가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ESS 화재사고 조사단, 5곳의 화재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데일리동방] 지난해 8월 이후 추가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 중 4건이 '배터리' 때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차 조사단 발표 당시 배터리 이외의 요인에 따라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업계는 배터리가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이후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하동 △경남 김해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ESS 화재사고에 대해 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추가 화재가 발생한 5개 지역 중 예산, 평창, 군위, 김해 등 4개 지역이 '배터리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추정 결론을 내렸다.

평창에서 발생한 화재는 충전상한전압과 방전하한전압 범위를 초과한 운영기록이 존재하고, 배터리 보호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 화재사고는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것이 CCTV 영상으로 확인됐고, 시스템 운영기록(EMS)을 통해서도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과 군위 화재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는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이 확인됐다.

배터리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은 하동 화재는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질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배터리 이상이라고 지목할 수 있는 운영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영향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단은 "높은 충전율 조건으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충전율을 낮춰 운전하는 등 배터리 유지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된 4건의 배터리 제조사는 LG화학(예산·군위)과 삼성SDI(평창·김해)로 나타났다.

이날 조사단 결과가 발표되자 LG화학과 삼성SDI 등 배터리업계는 반발에 나섰다.

LG화학 측은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지난 4개월 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고,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을 비롯해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삼성SDI도 "조사단 결과와 삼성SDI의 분석에 차이가 있다"면서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로,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면서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ESS 화재 1차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11일 배터리 이외의 요인에 따라 화재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추가화재가 발생하면서 같은해 10월 전기·배터리·소방분야 등 전문가 20명으로 2차 조사단이 새롭게 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