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종코로나 직격탄 동대문 “메르스 보다 심해” 아우성

2020-02-04 18:17
中 직원·관광객 북적이던 동대문 썰렁
원단 수입 막힌 의류도매상들 발만 동동
적자에 전염병까지 겹쳐 봄장사 폐업 수준

“설 전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겨울 장사를 말아먹었는데, 이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봄 장사까지 망하게 생겼네요.”

패션 성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서울 동대문에는 곡소리가 가득하다. 4일 동대문 평화시장, 디오트, 밀리오레, 두타 등 의류도매상가와 패션몰은 물론 평소 밤낮으로 사람이 가득했던 거리도 텅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이다. 동대문은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데다가, 중국과 수·출입도 밀접하게 엮여 있어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평화시장 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점 사이로는 응대할 손님이 없는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 몸을 기대어 신문을 뒤적이거나, TV를 보며 잠을 청했다. 삼삼오오 모인 일부 상인들은 “돈이 비싸서 마스크를 못샀다”며 대책 마련에 한창이었다. 평화시장 1층에서 스카프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2)에게 요즘 분위기를 묻자니 “보면 모르냐, 안이고 밖이고 사람이 없다”면서 “메르스 때보다 더 심하면 말 다 한 것 아니냐. 더는 말하기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4일 동대문 두타몰. 평소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이날은 마네킹 옷 매무새를 다듬는 직원뿐이다. [사진=서민지 기자]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생기면 동대문 시장 전체를 닫아야 하는 상황에 상인들은 몹시 예민했다.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영업을 하는 것은 물론 시시때때로 위생 관련 방송이 나왔다. 손세정제도 곳곳에서 보였다. 황문식 평화시장연합회장은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데 폐쇄 수순을 밟을까 걱정”이라면서 “설 연휴 때 봄 상품을 준비하기 위해서 미리 중국에 갔다 온 사람들이 있는데 이분들마저 상인들이 꺼려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조심하고 예방 차원에서 공지를 하고 있지만 우리 같은 재래시장은 백화점처럼 문앞에서 검사를 하는 시스템도 아니고 개방된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오가니까 통제할 수가 없다”면서 “정부에서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은 진단을 미리해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빨리 발견해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 사태의 피해를 온몸으로 받은 곳은 의류 도매상들이었다. 중국에서 원단 수입 자체가 끊겼기 때문이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 인근 항저우에서 원단을 수입해 오는데, 지난 28일 개장 예정이었던 원단 시장이 2월 8일까지 연기됐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4일 평화시장 3층. [사진=서민지 기자]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한모씨(55)는 “우한, 항저우 원단 시장에도 신종 코로나 발병자가 많아서 개장 연기가 됐다고 한다”면서 “인건비와 원단, 부자재가 저렴한 중국에서 수입을 해와야 남는 게 있어서 제품의 50%, 원단은 70%까지 중국 것을 쓰고 있다. 이제와서 어디서 공급처를 찾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내면 배로 운송해서 2월말 3월초에 원단이 와야하는데 기약이 없다”며 “3월 중순을 넘기면 봄장사는 완전히 끝난 것”이라고 토로했다.

만약 중국 원단을 수입하지 못하면 동대문 시장 전체의 단가가 오르고, 동대문 시장 물건을 떼다 파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 회장은 “겨우내 적자를 많이 보고 관리비, 임대료 인상까지 겹쳐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며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않아 빈 곳이 많아 걱정된다”고 씁쓸해했다. 

대형 쇼핑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두타몰은 평소에는 인기 있는 관광 코스로 꼽혀 중국인들이 붐볐지만, 몇몇 일본인 관광객만 드나들 뿐이었다. 여성복 매장에서 일하는 신모씨는 “감염 때문에 중국인들이 와도 걱정, 매출만 생각하면 안 와도 걱정”이라며 “매출이 설 전보다 40%까지 떨어졌다. 얼른 신종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