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2020-02-02 15:42
‘전염병 위험의 바깥’은 없다
5년전 메르스 겪고도…‘우왕좌왕’ 방역행정

[[산업2부 김태림 기자.]]

세계화 시대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국내 전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결국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가장 중요한 방역 능력은 검역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과 철저한 모니터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은 처음 ‘원인불명 폐렴’으로 불렸다. 바로 옆 나라에서 발생한 만큼 언제든지 ‘원인모를 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잠복기 상태로 우한에서 입국한 3번 확진자는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어 검역을 통과했다. 귀국 후 엿새 만에 보건소에 스스로 신고하기 전까지 정부는 3번 확진자에 대해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결국 3번 확진자는 격리되기 전까지 서울 강남, 경기도 일산 등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들을 활보하고 다녔고, 그와 함께 식사했던 지인이 6번 확진자가 됐다. 국내서 첫 2차 감염자(사람 간 전파)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젠 6번 확진자의 가족이 3차 감염자가 됐다.

6번 확진자를 자택에 자가 격리하는 ‘밀접접촉자’가 아닌 ‘일상접촉자’로 분류했던 정부의 변명도 궁색하다. 정부는 “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조사 시간을 확대한 후 내부적으로는 (6번 확진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는데 이 부분이 보건소로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명을 했는데 오히려 ‘각 기관간 전달 체계가 허술하다’를 보여준 셈이다. ‘중국에서 선박을 이용해 국내 입국한 중국인 수를 조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가 약 3시간 만에 의사소통 오류를 인정하며 ‘조회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우한 교민 이송 문제와 관련해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이면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게 아니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했지만 비판여론에 이틀 뒤인 29일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라고 말을 바꾼 청와대의 모습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월 2일 오전 1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는 총 15명이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3일 동안 확진자가 총 15명으로 증가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더 이상 지역사회로 감염병이 퍼지지 않게 정부는 총력을 다해야 한다. 메르스 때 질병관리본부를 제치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나섰다가 방역에 실패했다. ‘무능한 정부가 신종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검역망을 더 촘촘히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을 스스로 보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앞으로 전수조사와 같은 세부 대응방안은 질병관리본부장이 판단할 일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거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중구보건소 선별상담소와 선별진료소에서 직원들이 의심 환자 방문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