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I단독르포] “할 수 있는건 다”…3번째 환자 머문 호텔뉴브 가보니

2020-01-30 00:01
김은성 총지배인 “질병관리본부·강남보건소와 최대한 협력“…소독증명서 구비

29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호텔뉴브 객실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전성민 기자]
 

“제가 호텔 쪽에서만 27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이 안 되는 점이 답답하네요.”

1993년부터 호텔업계에 입문한 베테랑 호텔리어 김은성 호텔뉴브 총지배인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29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호텔뉴브에서 만난 김 지배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확산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6일 국내에 세 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54세 남성·한국인)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질본 조사 결과 이 환자는 지난 22일부터 24일 오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이런 사실을 전달받은 호텔뉴브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우선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게 가장 시급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17년 근무하는 등 호텔관리 경험이 많은 김 지배인은 보건당국에 폐쇄회로(CC)TV 자료를 바로 건넸다.

확진자 발표 당일 오후 3시께 즉각 소독과 방역작업을 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도 성공했다. 강남구보건소와 강남구경찰서 관계자도 호텔뉴브를 찾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객실 관리를 하던 직원 1명이 이날 발열 등 의심증상을 보여 서울대병원에 격리돼 검사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27일 새벽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돼 퇴원했다.

김 지배인은 “다행히 24~25일엔 세 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방은 비어 있었다”며 “객실을 사용 중이거나 예약한 고객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는 작업을 가장 먼저 했다”고 밝혔다.
 

29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호텔뉴브 1층에 설치된 열 감지 카메라. [사진=전성민 기자]


방역 이후 대처도 모범적이다. 호텔뉴브 1층 로비에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로 적은 신종 코로나 관련 공지가 눈에 띄었다. 그 옆에는 지난 28일 강남구보건소가 발부한 소독증명서가 있었다. 열 감지 카메라도 배치돼 있었다. 호텔은 이날 자체적으로 추가 소독도 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은 막았지만, 긴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었다. 확진환자가 머문 사실은 호텔 입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김 지배인은 “온라인 예약객 중 약 80%가 취소했다. 나머지 20%는 신종 코로나 소식을 듣지 못하고 방문한 경우였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다른 호텔을 찾으셨다”고 전했다.

예정됐던 세미나와 기업체 투숙도 모두 취소됐다. 호텔뉴브는 일단 2월 2일까지 온라인으로 호텔 예약을 받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 사태 추이를 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018년 6월에 문을 연 호텔뉴브는 음식이 맛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자리 잡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투숙은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었다. 김 지배인은 “호텔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었다”며 “어디 가서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 정부가 보상해주는 방안도 검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있었다. 따뜻한 격려는 큰 힘이 됐다. 그는 “현재 객실 20개 정도에 고객들이 머물고 계신다.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잘했다’는 격려를 해주실 때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호텔뉴브 1층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안내문(왼쪽)과 소독증명서. [사진=전성민 기자]